비루한 섹스의 교훈 비루한 섹스의 교훈 여 국 현 일상의 파격은 생경한 진실을 드러낸다 마음이 욕망에 굴복할 때 몸은 욕망을 배반하고 마음이 욕망을 거부할 때 몸은 온 감각 부릅뜨고 달려든다 삶은 시간과의 비루한 섹스 안개 자욱한 길 위에서 따로따로 몸 섞는 마음이여 삶이여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자히르 *자히르 여국현 길은 늘 앞으로만 나 있다 생각하며 걸어야 했던 시간들 휘돌아온 굽이길마저도 앞으로 향해가는 여정이라 걸어온 시간들 길을 잃고 걸음을 멈추다 어둠과 새벽의 경계에서 돌아갈 길을 지우며 보내는 하루 침묵하라 침묵하라 더 깊은 소리를 위하여 나의 자히르여!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P시를 추억하며 P시를 추억하며 여 국 현 다시 바람 드센 바닷가 지방도시의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따끔 까닭없이 유쾌한 표정을 한 남자들이 큰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잘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한 둘 낯익은 얼굴들도 지나갔다 흔한 일이었다 이층 건물의 다방에는 여상을 졸업한 개인사무실의 여..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겨울날의 손톱깎기 겨울날의 손톱깎기 여국현 한해의 첫날 눈이 내리고 나는 손톱을 깎고 있었다 겨울의 가장 빛나는 한 부분을 잘라내어 어지러이 날려 보내는 하늘을 보며 살아있는 동안은 변함없이 뻗어나올 손톱을 툭툭 분질렀다 눈은 창밖에 떨어져 끊임없이 녹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툭툭 분지른 손톱들을 눈 내..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꿈 꿈 여국현 마을 앞에는 개울이 흐르고 뒷산 뽕밭에선 부엉이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별이란 별은 다 모여 두런거리는 하늘에선 이따끔씩 별똥별이 재 너머로 떨어지고 공동목욕탕 뒷논에선 개구리가 밤을 새워 울었다. 어둠이 오지게 깊어 노석이네 삽살개가 겁먹은 소리로 한웅큼의 어둠을 풀어..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용구 용구 여국현 3교대 쇳공장 노가다가 꿈은 무슨 꿈 개소리 집어치우고 술이나 퍼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여리기만하던 공고동기 용구 쇳공장 교대근무 5년에 남은 건 술과 야근에 절인 구겨진 몸뿐이라며 연신 소주를 들어붓다 엎어져 잠든 네 어깨 위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할퀴고 지나갈 때 나는, 보..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치현 치현 여국현 열두시도 넘어 전화한 혀 짧은 네놈 목소리에서는 언제나 외로움이 묻어나 때로는 어두운 내륙 지방의 차가운 바람소리도 들리고 술 한잔도 못 들이키던 허약한 간을 한 네놈의 어디에 그토록 깊은 허허로움이 자리한 것일까 무엇이 네놈을 그토록 외롭게 하는 것일까 오늘도 네 목소리..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前夜 前夜 여국현 심상치 않은 바람이다 참대나무 등허리께 휘휘 굽도록 불어대는 저, 바람 검붉게 꿈틀거리는 바다 갈매기들은 벌써 바다를 떴다 하늘은 온통 먹장구름으로 덮히고 고기들도 깊숙히 바다 밑으로 들었다 습기 찬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잠든 항구 무선사 앞으로 연신 날아..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귀향 귀향 여국현 마을 어귀를 돌아서면 그림처럼 서 있던 세 그루 미루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유년의 기억 속을 투명하게 범람하던 사택앞 커다란 개울은 연탄재와 귤껍질 빈 막걸리병이 어지럽게 덮힌 채 마을사람들의 배설물을 받아내고 아이들 몇이 허술한 콘크리트 다리 위에서 비스듬히 박힌 소주병..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눈 3 눈 3 여국현 산 속에서 눈을 뜬 아침 내 몸에 눈이 덮혔다 속살이 눈부신 눈 그 눈 속에서 나는 꽃처럼 깨었다 나는 내 삶의 미이라가 되었다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