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사진 1 여국현 누가 있어 네 손을 거두어 줄 것인가 여윈 목숨 하나 훌훌 떨어버리지 못하는 까닭에 어둔 세상의 한 골짝을 이슬처럼 구르는 가엾은 내 영혼을 누가 있어 거두어 줄 것인가 어둠은 사방에서 나를 가두고 빛은 보이지 않는데 자꾸만 나를 부르는 소리 오! 누구인가 내 야윈 손을 따스한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풍경 풍경 여국현 병실의 아침 위 속에 관을 꽂고 신음하는 남편 곁에 콜드크림 찍어바르는 아내가 손거울 앞에서 희뿌연 웃음을 뿌리고 있다 빗질을 하는 포동포동한 손가락의 서돈짜리 금반지가 아침 햇살에 반짝 빛났다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어떤 일요일 어떤 일요일 여국현 또 한 목숨이 떨어졌다 화장한 일요일 오후 회사 입구에 장승처럼 버티고 선 안전 무재해 기록판 무재해 일수 "0" 입사 삼년이 채 안된 스물 여덟의 목숨이 십 이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흩어져버렸다 교대점호 때 주임은 말했다 --안전수칙을 어기고 안전벨트를 착용..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作業場에서 作業場에서 여국현 야근의 새벽 쇳가루 펑펑튀는 작업장에서 페인트 칠을 한다 보다 쾌적한 작업환경을 위해 내일 모레 높으신 분의 환경검열에 죽어나지 않기 위해 달리 무슨 이유도 없이 엄습하는 졸음과 소음 한치도 쉼 없는 작업에 밤 내내 만신창이 된 떠지지 않는 눈은 차라리 감고 비틀비틀 칠..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실재현상 실재현상 여국현 직경 십 센티미터도 안 되는 강철배관 속으로 보내지는 압력 백 칠십 킬로그램 퍼 제곱센티미터의 기름은 핏빛이다 실재현상이라지만 기막힌 패러독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느단 강철배관 속의 핏빛 기름이 오십톤이 넘는 쇠롤을 굳건히 받치고 있다는 것이 보란듯 밀어 올릴 수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어느 새벽 어느 새벽 여국현 새벽에 요절한 촉망받던 시인의 유고시집을 읽고 있었다 어둠은 창 밖에서 비를 맞으며 연못가를 서성이고 꿈을 꾸는가 버드나무가 가볍게 몸을 뒤채고 있었다, 봄은 꿈 속에서도 멀고 하얗게 말라버린 살갗이 가려웠다 물소리의 입자들은 유리를 관통하여 끊임없이 날아들고 나는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나는, 나는, 여국현 나는 노동자인가? 이다!? 제철공장의 3교대, 나는, 불안하다 미숙한 피아니스트가 처음 갖는 독주회를 지켜보는 피아니스트의 아버지나 어머니쯤 되는 사람처럼 겨울이 두 발은 걸어 간 건조한 토요일 오후 지하 십 이 미터, 모터의 굉음이 한 여름의 폭염처럼 사방에서 울려대는 두평 넓..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낙화암 낙 화 암 여 국 현 울음소리가 들리데 나즈막히 찬찬히 바람이 부는데 강은 고요하게 그러나 물살 빠르게 흐르는데 울음소리가 들리데 손을 내밀었지 귀를 기울이며 훅 잡아채는 손길 있어 나는 훨 날아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지 천 년도 넘는 시간을 하강했지 보이데 거기 강 속 깊은 밑바닥에 보이데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새벽, 春川 새벽, 春川 여 국 현 보이는 것은 모두 안개 보이는 것은 모두 강 보이는 것은 모두 산 보이는 것은 모두 안개와 같은 뿌연 침묵이었다 보이는 것은 모두 우리 안개 우리 강 우리 산, 그리고 도시 한 가운데 성조기를 단 헬기가 땅을 두들겨 깨우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소리치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