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나무에서 배우다 귤나무에서 배우다 여 국 현 긴 가뭄으로 쩍쩍 갈라지던 땅에 목숨같은 단비가 내렸다 돌지붕에 떨어지는 한 방울 빗소리 듣자마자 어스름 새벽 한달음에 귤밭으로 달려갔다 마지막 풀 한 포기까지 다 말려버릴 듯 계속되던 여름 가뭄 내내 새벽마다 턱턱 숨막히는 가슴으로 귤밭에 나와 하루종일 해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사랑의 공식 사랑의 공식 여국현 사랑 어떤 이에게는 덧셈 어떤 이에게는 뺄셈 어떤 이에게는 곱셈 어떤 이에게는 나눗셈 어떤 이에게는 최대공약수 어떤 이에게는 최소공배수 어떤 이에게는 통분 어떤 이에게는 약분 어떤 이에게는 유리수 어떤 이에게는 무리수 어떤 이에게는 평행선 어떤 이에게는 대각선 어떤..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장미 장미 여 국 현 붉은 미소 가득했던 장미 시들고 말랐다 꽃잎의 분홍색 흔적 없이 사라지고 새벽녘 붉은 하늘빛 충만하던 생명선들 선명하게 말라붙었다 분홍빛 화사한 미소 사라진 곳에 연갈색 낙엽의 의연함 생명력 가득한 온기 물러난 곳에 또렷한 침묵의 고즈넉함 붉은 미소 가득했던 장미 시들고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졸업식 풍경 졸업식 풍경 여 국 현 짙은 비취 빛 겨울 하늘 붉디붉은 분홍 장미 꽃다발 수채화 물감 풀어놓은 하얀 안개꽃 흰 블라우스 까만 치마 빨갛게 상기된 홍조 가득한 뺨 수줍은 듯 어색한 연분홍 미소 보일 듯 말 듯 하얀 웃음 녹색 잔디 운동장 가득 채우다 푸른 물감 풀어놓은 하늘로 번져간다 새순 돋는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가을 창가에서 가을 창가에서 여 국 현 죽을 줄 알았던 벤자민과 고무나무가 살아났다 한 달 전 시들어가는 벤자민과 고무나무를 잘랐다 고무나무는 굵은 손톱만큼의 밑둥까지 벤자민은 큰 가지만 남기고 전지가지로 뚝뚝 잘라냈다 손길 제대로 안 주는 주인 만난 탓이었다 집들이 선물로 온 고무나무는 손 안 가도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길 위에서 1 길 위에서 1 On the road 여 국 현 Yeo Kookhyun 멈춰 서기 전에는 몰랐다 Before I stop walking, I didn't know 길은 The road, 다만 걷고 나아가기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Is not only for walking and moving forward 멈춰 서고 나서야 비로소 After I stop walking, for the first time, 내가 걸어온 길이 또렷하게 보이고 The way I have trodden..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두물머리 2 두물머리 2 여 국 현 남자는 여자에게 편지를 받았다 까닭없는 헤어짐도 있음을 알았다 새벽 국철은 비어있었다 남자의 마음도 비어있었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두물머리 천 년 고목 사이로 흔적 없는 시간들이 연꽃 향에 실려 빠져나가고 남자의 마음에서 쓰디쓴 숨결이 빠져나갔다 남자는 여자의 편..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사라진 북극성 사라진 북극성 여 국 현 가뭇하게 멀리서 오직 반짝이던 한 빛 캄캄 어둠 속 단 하나의 희망 같던 내 북극성이 빛을 잃었다 별 빛 가린 구름도 없었는데 스쳐 지나간 바람도 없었는데 멀리 등불 사라지고 사방 어둠 더 깊어질 때 마음속 불 더 붉게 타오르듯 내 별 빛 사라진 자리 환한 어둠은 더 깊고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두물머리 두물머리 여국현 하나인 두 강이 비로소 오롯이 하나되는 두물머리 처음과 끝을 묻지 않고 이별의 시간을 이어 머리 맞대고 두 손 맞잡고 함께 흐르는 강 억겁의 시간이 내려앉은 古木 사이 영원의 시간 속에 정박한 목선 돛 아래 엇갈려 흐르는 강물들의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 강물은 영원히 흐르..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
빛과 독 빛과 독 여국현 봄 새순 돋는 나무 가지 사이 빛이 스며든다 아리다 빛은 독이다 가리고 피해도 마음에 드는 빛은 마음에 스며드는 독은 어쩔 수 없다 채울 수밖에 하나 될 때까지 빛이 독이 될 때까지 독이 빛이 될 때까지 봄 새순 돋는 나무 가지 사이 빛처럼 스며든다 독처럼 퍼져간다 그대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