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여국현
마을 어귀를 돌아서면 그림처럼 서 있던
세 그루 미루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유년의 기억 속을 투명하게 범람하던
사택앞 커다란 개울은
연탄재와 귤껍질 빈 막걸리병이
어지럽게 덮힌 채
마을사람들의 배설물을 받아내고
아이들 몇이 허술한 콘크리트 다리 위에서
비스듬히 박힌 소주병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었다
산허리를 서너 번은 돌아야하는 학교까지 태워다 줄
아버지의 야근 퇴근버스를
줄지어 기다리던 사택 앞 공터에는
칠이 벗겨져 군데군데 녹이 슨
게시물 하나 없는 게시판이
십 칠년전 모습 그대로 박혀있고
맞은 편 지붕 낮은 다방은 문을 열지 않았다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몇이
잃어버린 시간들을 짜집고 있는
이발소 옆 구멍가게 연탄나로 옆에서
하릴없이 창에 낀 성애를 닦고있던 나는
갈 곳이 없었다
이따끔씩 낡은 버스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