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귀향

그림자세상 2010. 9. 21. 15:29

귀향

 

여국현

 

 

마을 어귀를 돌아서면 그림처럼 서 있던

세 그루 미루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유년의 기억 속을 투명하게 범람하던

사택앞 커다란 개울은

연탄재와 귤껍질 빈 막걸리병이

어지럽게 덮힌 채

마을사람들의 배설물을 받아내고

아이들 몇이 허술한 콘크리트 다리 위에서

비스듬히 박힌 소주병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었다

산허리를 서너 번은 돌아야하는 학교까지 태워다 줄

아버지의 야근 퇴근버스를

줄지어 기다리던 사택 앞 공터에는 

칠이 벗겨져 군데군데 녹이 슨

게시물 하나 없는 게시판이

십 칠년전 모습 그대로 박혀있고

맞은 편 지붕 낮은 다방은 문을 열지 않았다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몇이

잃어버린 시간들을 짜집고 있는

이발소 옆 구멍가게 연탄나로 옆에서

하릴없이 창에 낀 성애를 닦고있던 나는

갈 곳이 없었다

 

이따끔씩 낡은 버스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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