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두물머리 2

그림자세상 2010. 9. 21. 15:56

두물머리 2

 

   여 국 현

 

 

남자는

여자에게 편지를 받았다

까닭없는 헤어짐도 있음을 알았다

 

새벽 국철은 비어있었다

남자의 마음도 비어있었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두물머리

천 년 고목 사이로

흔적 없는 시간들이

연꽃 향에 실려 빠져나가고

남자의 마음에서

쓰디쓴 숨결이 빠져나갔다

 

남자는

여자의 편지를

두 강이 만나는 어귀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까닭없이 오고

까닭없이 가는 세상

까닭없는 이별도 있는 법이다

 

편지가 떠내려간

두물머리

천 년 고목 사이

남자는

따로 나뉜 두 강을 보았다

 

여자는

남자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서야 알았다

함께 있음보다 가슴 벅찬 그리움이 있음을

 

봄비 한껏 보듬은 강물은 넉넉했다

여자의 마음엔 그리움이 가득했다

 

붉은 연꽃

흰 연꽃 소담스런

새벽

두물머리

천 년 고목 사이

말갛게 강물에 씻긴 첫 햇살 빛나고

여자의 마음엔 환한 미소가 번져갔다

 

여자는

두 강이 만나는 나무 아래

남자와 처음 만났던 자리에 앉아

편지를 읽는다

 

까닭없이 오고

까닭없이 가는 세상

까닭없는 운명도 있는 법이다

 

천 년 고목 사이 벤취에서

그리움 가득한 남자의 편지를 펼치며

여자는

하나 되어 흐르는 강을 본다

 

더러 햇살 가득하고

늘 물안개 자욱한

새벽

두물머리

 

강물은 따로따로 오고

강물은 하나 되어 흐른다

사람들은 따로따로 오고가고

사람들은 하나 되어 오고간다

 

천 년 고목

굵고 가는 가지 사이

그 이야기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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