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2
여 국 현
남자는
여자에게 편지를 받았다
까닭없는 헤어짐도 있음을 알았다
새벽 국철은 비어있었다
남자의 마음도 비어있었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두물머리
천 년 고목 사이로
흔적 없는 시간들이
연꽃 향에 실려 빠져나가고
남자의 마음에서
쓰디쓴 숨결이 빠져나갔다
남자는
여자의 편지를
두 강이 만나는 어귀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까닭없이 오고
까닭없이 가는 세상
까닭없는 이별도 있는 법이다
편지가 떠내려간
두물머리
천 년 고목 사이
남자는
따로 나뉜 두 강을 보았다
여자는
남자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서야 알았다
함께 있음보다 가슴 벅찬 그리움이 있음을
봄비 한껏 보듬은 강물은 넉넉했다
여자의 마음엔 그리움이 가득했다
붉은 연꽃
흰 연꽃 소담스런
새벽
두물머리
천 년 고목 사이
말갛게 강물에 씻긴 첫 햇살 빛나고
여자의 마음엔 환한 미소가 번져갔다
여자는
두 강이 만나는 나무 아래
남자와 처음 만났던 자리에 앉아
편지를 읽는다
까닭없이 오고
까닭없이 가는 세상
까닭없는 운명도 있는 법이다
천 년 고목 사이 벤취에서
그리움 가득한 남자의 편지를 펼치며
여자는
하나 되어 흐르는 강을 본다
더러 햇살 가득하고
늘 물안개 자욱한
새벽
두물머리
강물은 따로따로 오고
강물은 하나 되어 흐른다
사람들은 따로따로 오고가고
사람들은 하나 되어 오고간다
천 년 고목
굵고 가는 가지 사이
그 이야기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