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뜬 저녁 보름달이 뜬 저녁 여 국 현 유리벽에 갖힌 천사여 날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축복이다 날아오르려는 모든 것은 추락하고 추락하는 모든 것은 멈추지 못한다 우리의 날개는 퇴화하고 우리의 다리는 굳었다 유리벽에 박제된 천사의 날개 앞에서 볼품 없이 퇴화한 가려운 날개를 긁적거리는 저녁 누군가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0.14
그러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지금 지구를 굴리는 거라고 달은 알지 저리 빤히 내려다보는 달은 빙글빙글 도는 지구를 힘겹게 두 발로 굴리며 걷는 한 점을 제 몸 하나 들어올리기 벅찬 깊은 심호흡으로 가쁜 숨 몰아쉬며 고개를 드니 다 안다는 듯 토닥토닥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달이 조용..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9.16
흔들린다, 세상 흔들린다, 세상 땅에 발 딛고 뿌리 내린 모두가 흔들린다 얇은 종이 칸막이 같은 유리창을 윽박지르며 경계를 뚫고 들어오려는 매몰찬 포효가 안팎의 세상을 뒤흔들었다 갸날픈 몸으로 남들 모르게 늘 안스럽게 비틀거릴 것 같던 아득한 높이의 고층 건물이 아래 위로 흔들렸다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8.08
천둥 천둥 장모가 입원한 병원 복도를 지날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 상벽이다, 상벽이, 알겄나? 낯선 이름이다 누...구? 상벽이, 포항의 상벽이다, 알제? 동창이거나 선후배거나 했다 아...그래....반갑네.... 아버지 후배, 상벽이, 모르겄나? 아!....죄송합니다..... 알지요 생각도 못한 터라...죄송합니다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7.01
아침 지하철에서 아침 지하철에서 On the subway in the morning 듣는다 잔다 Listening Dozing 듣는다 듣는다 다는듣 잔다 Listening Listening gninetsiL Sleeping 본다 본다 다는듣 듣는다 Looking Watching gninetsiL Listening 본다 듣는다 다본 듣는다 Looking Listening gnieeS Listening 듣는다 읽는다 다본 읽는다 Listening Reading gnieeS Reading 잔다 듣는다 다는..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5.30
목련, 지다 목련, 지다 여국현 올 때는 고즈넉한 밤 봄바람에 안겨 머뭇거리며 백합같은 얼굴 하얀 손으로 가리고 고개 숙인 채 부끄러이 옷 매무새 여미는 소녀처럼 수줍게 다가와 안기더니 떠날 때는 천둥 비바람에 쫓겨 옷고름도 채 여미지 못하고 몸 가눌 틈조차 없이 떠밀려 쓰러져 통곡하는 여인처럼 어지..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5.10
낯익은 그림자 낯익은 그림자 여 국 현 낯선 거리의 낯익은 골목에서 헤맸다 폐가들만 즐비한 좁은 길은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지고 굳게 닫힌 녹슨 철제 대문들과 담벼락에는 붉은 페인트로 철거 혹은 X표시가 서둘러 휘갈겨져 있었다 움푹 패여 빗물 고인 아스팔트에 박힌 희미한 가로등은 꺼질듯 졸린 눈을 겨우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4.03
낡은 핸드폰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낡은 핸드폰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여 국 현 안팎으로 안개 자욱한 오후 어둠이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나 앉은 책상 한 모퉁이에 뽀얗게 먼지에 덮힌 낡은 핸드폰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별스런 생각없이 들고 먼지를 턴다 버튼을 눌러본다 작동하지 않는다 하릴없는 시간은 고통을 낳는다 전원을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4.02
두물머리 가는 길 두물머리 가는 길 여국현 어디건 떠나기는 맞춤인 忘憂역 열차 문이 닫히기 전 근심은 슬그머니 내려놓고 유난히 늦은 봄 속으로 시나브로 들어서다 겨우내 하얗게 굳었던 강물은 얼었던 손발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아이별들처럼 달려드는 햇살의 입맞춤과 살가운 바람의 정겨운 사랑으로 분주하다 ..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