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보름달이 뜬 저녁

그림자세상 2011. 10. 14. 11:56

 

보름달이 뜬 저녁

 

           여 국 현

 

 

유리벽에 갖힌 천사여

 

날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축복이다

 

날아오르려는 모든 것은 추락하고

추락하는 모든 것은 멈추지 못한다

 

우리의 날개는 퇴화하고

우리의 다리는 굳었다

 

유리벽에 박제된 천사의 날개 앞에서

볼품 없이 퇴화한 가려운 날개를

긁적거리는 저녁

 

누군가 보름달을 향해 뛰어 올랐단다

미처 다 퇴화하지 못한 그의 날개가

베란다에 하늘거렸단다

 

붐비는 버스 정거장

아무도 보름달을 보지 않는다

 

우리의 날개는 퇴화하고

우리의 다리는 굳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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