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장모가 입원한 병원 복도를 지날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 상벽이다, 상벽이, 알겄나?
낯선 이름이다
누...구?
상벽이, 포항의 상벽이다, 알제?
동창이거나 선후배거나 했다
아...그래....반갑네....
아버지 후배, 상벽이, 모르겄나?
아!....죄송합니다.....
알지요 생각도 못한 터라...죄송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내사 잘 있다 그래 니도 잘 있고?
예 잘 지냅니다
내 어제 오천에 자네 아버지한테 안 갔다 왔다
그래 자네 아버지 하고 이야기 하다가
자네 잘 있는가 궁금해서 전화 안 했나
예 감사합니다
그래 잘 있다니 좋다 그냥 궁금해서 전화 한기라
그라고 자네 내 전화번호 모르제?
이기 내 전화번호다 알아두고
연락할 일 있으마 이리 연락하마 된다 알았제?
다였다
몇마디 더 주고받았지만
나머지는 내 귀에도 머리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보다 한 살 적은 장모가
세 번째 수술 준비중인 병원 복도에서
전화번호에 없던 아버지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연락할 일 있으마 이리 연락하마 된다 알았제?
그날 내내 지우고 또 지워도
천둥처럼 남아있던 한 마디였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