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흔들린다, 세상

그림자세상 2011. 8. 8. 12:08

흔들린다, 세상

 

 

땅에 발 딛고

뿌리 내린 모두가  

흔들린다

 

얇은 종이 칸막이 같은 유리창을 윽박지르며

경계를 뚫고 들어오려는 매몰찬 포효가

안팎의 세상을 뒤흔들었다

 

갸날픈 몸으로 남들 모르게

늘 안스럽게 비틀거릴 것 같던  

아득한 높이의 고층 건물이

아래 위로 흔들렸다

뉴스를 전하던

아나운서의 동공이 흔들렸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인터뷰하던

사람들의 목청에서 음성들은 흔들리며 나왔다

소식을 전하며 지직거리던 텔레비젼 화면의 흔들림은

소파 위 불안한 잠 속의 꿈까지 부여잡고 흔들었다

 

꿈 속 

사람들은 계단 위에서 흔들렸고

몇은 전속력으로 몸을 날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황톳빛 강물 위로 몸을 떨구었다

먼 바다도 둔중한 신음소리를 내며 속살까지 흔들렸다

강변 버드나무 가지에 걸린 거미줄은 미세하게 흔들렸으나

버드나무 가지들은 더러 뚝뚝 꺾인 채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쌍둥이 건물에 불기둥이 솟는 장면을 전하던 버스 안

그 찰나의 비현실적인 흔들림처럼

꿈이 현실을 흔들고 있다

 

뒤척이던 몸을 일으켜

덜컹이는 창을 달래는 마음이 외려 흔들리고

집 앞 천의 잿빛 물도 제 몸을 못 이기고 출렁거리고

잎 떨어진 지 오래인 둑길의 벚나무와 개나리 잔가지들은

어둠속에서 바람 하자는대로 흩날린다

 

이틀 째 계속 된 바람은

남서쪽에서 북상 중인 태풍의 자식이었다

 

밤 새 펄럭이다 우지끈 떨어져 날렸던 함석 차양

이웃집 장독대를 덮치며 떨어져 산산조각 난 창유리

바람부는 밤이면 뜬 눈으로 새던 언덕배기 집 

바람보다 두려운 건 바람이 불러오는 악몽이었지    

 

두려운 기억을 헤치며 잠 못 든

긴 새벽이 지날 때

몸은 이윽고

꿈 속에 가라앉았다 

 

두려움의 원인은

바람이 아니었다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흔들리는 밤

온 사방이 기우뚱한다

  

가늘지만 확실한 

사기접시의 균열

 

발 밑이 쩍 갈라진다 

'Texts and Writings > My poem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름달이 뜬 저녁  (0) 2011.10.14
그러니까 말이지  (0) 2011.09.16
천둥  (0) 2011.07.01
아침 지하철에서  (0) 2011.05.30
목련, 지다  (0) 201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