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移葬) 2 이장(移葬) 2 할아버지 할머니 묘 합장을 하고 큰아버지 이장 묘까지 뗏장을 다 얹고 난 다음 일하던 분들이 장비를 물리고 자리를 비웠을 때야 겨우 나는 맥주 한 병과 종이컵을 들고 녀석의 무덤으로 갔다 술을 따라 상석에 올리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절을 했다 한참 후 일어나 두 번째..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2.05.15
이장(移葬) 1 이장(移葬) 1 할아버지 묘를 파묘하러 이른 아침 연세 지긋한 세 분이 오셨다 작업차를 함께 타고 할아버지 묘로 향하는 차 안 세 분은 차 만큼이나 느릿느릿 그러나 쉴 새 없이 딱히 뭐랄 것도 없이 지나는 모든 것을 두고 툭툭 던지고 받았다 길 조타만 그래 하마 조채 이기 언제적 길인..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2.05.14
흔적 흔적 귀에 익은 노래가 흐르는 지하철 정거장 고압선 사이 오래 전 까닭없이 이별한 이의 침묵의 시선이 걸려 있다 곤두박질 치다 솟아오르며 어쩔줄 몰라 팽그르르 돌다 다시 처박힌 팽팽한 방패연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2.01.13
십이월 단풍나무 아래에서 십이월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낸다는 마음으로 보내지는 것이 아님을 잊는다는 마음으로 잊혀지는 것이 아님을 시간은 마음으로 보내는 것이 아님을 시간은 마음으로 잊는 것이 아님을 십이월 단풍나무 아래에서 비로소 알았다 내 마음이 보냈다 생각했던 순간에도 내 마음이 잊었다 생..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2.05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 멀리서 자작나무 숲을 보다 히말라야 얼음 능선을 날아오르는 무수한 새들의 긴장한 깃 죽음의 고원을 지나 삶의 평원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날아오르는 타협 없는 수직 상승의 단호한 결의 아득한 과녁을 직각으로 관통하는 결연하고 올곧은 화살 둔탁한 침묵의 대기를 가로..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2.03
자작나무 숲 사진이 있는 우화 자작나무 숲 사진이 있는 우화 천정 낮은 이층 카페 목조 계단 옆 눈 덮힌 자작나무 사진을 보며 여자는 말했다 영혼이 얼마나 가벼워지면 하늘로 오를 수 있을까요 여자의 하얀 목덜미에서 薄明에 빛나는 가을 숲 자작나무 내음을 맡던 남자는 말했다 돌아보는 마음에 눈물 고이..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2.01
숨 쉬는 나무 숨 쉬는 나무 과천 미술관 앞에는 숨 쉬는 나무가 산다 이른 봄 그 나무 앞 벤취에 가만 앉아 해바라기 할 때면 나무는 훅 하고 참았던 숨을 내쉰다 재채기 하듯 몸을 털며 가둘 수 없는 생명을 뿜어낸다 애기분 같은 꽃가루가 풀썩 날린다 과천 미술관 앞에는 숨 쉬는 나무가 산다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1.23
황금빛 시간이 내리다 늦가을 햇살 최선을 다해 곧은 사선으로 빗겨 드는 나즈막히 비탈진 낙엽의 언덕 한 그루 은행나무 홀로 빛 받아 눈부신 황금빛으로 獨也晃煌하더니 일주일 후 윗편 은행나무들 다 함께 어깨 겯고 어울려 나란히 黃黃하다 황금빛 시간이 우수수 내렸다 黃晃한 시간이 우수수 쌓였..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1.20
새벽비 마음을 베다 새벽비 마음을 베다 여 국 현 십일 월 새벽비는 벼린 비수처럼 예리했다 단 한 번 스친 곁바람 단 한 번 피하지 못한 빗줄기 단호하게 떨어지는 낙엽 오지게 베인 마음 살갗을 서늘하게 흘러 심장까지 파고 든 가늘고 깊은 치명적인 상흔 아프게도 떨어진다 붉고 붉은 마음속 단풍..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1.10
몸살 몸살 사람도 계절도 가고 보내는 시절 마음 먼저 몸이 알았다 가고 보내는데 까닭 없을까 가고 보내는데 까닭 있을까 別.離.世.上. 뾰족한 돌 조각 온몸 속속 박힌 채 맨바닥 뒹굴며 앓았다 여미지 못한 마음 홀로 뜨겁다 Texts and Writings/My poems 201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