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3) 인공조림보다는 자연복원이 효과적 지난 4월 영동 산불이 꺼진 후 강원도는 복구비로 1천2백억 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영동 산불을 오래 연구한 강원대학교 정연숙 교수는 펄펄 뛰고 있다. 나무를 억지로 심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주장은 오랜 실증적 연구에 바탕하고 있다. 환경관리..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7.23
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2) 숲은 죽음, 단절, 혹은 패배 같은 종말론적 행태를 알지 못한다. 띵에 쓰러진 자가 일어서려면 반드시 쓰러진 자리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처럼, 숲은 재난의 자리를 딛고 기어이 일어선다. 숲은 재난의 자리를 삶의 자리로 바꾸고, 오히려 재난 속에서 삶의 방편을 찾아낸다. 숲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7.17
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1) 숲은 재난의 자리를 삶의 자리로 바꾸고, 오히려 재난 속에서 삶의 방편을 찾아낸다. 자전거는 7번 국도를 따라 태백산먁과 동해 바다 사이를 내리달린다. 강원도 고성군 송현리 통일전망대를 떠나는 이 길은, 간성,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 울진, ㅍ여해, 영덕, 포항 같은 큰 어항들과 그 사이사이..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7.16
찻잔 속의 낙원 - 화개면 쌍계사(2) 차에 관한 초의(1786~1866)의 글들은 낙원이 없는 세상 속에 낙원을 세우기 위한 타협처럼 읽힌다. 그의 타협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지만, 그 타협은 치밀하고도 부드러워서 인공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는 당대 최고의 선지식이었고 삼엄한 논객이었지만, 그보다 앞서 그는 아무도 아무도 따..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4.04
찻잔 속의 낙원 - 화개면 쌍계사 시는 인공의 낙원이고 숲은 자연의 낙원이고 청학동은 관념의 낙원이지만, 한 모금의 차는 그 모든 낙원을 다 합친 낙원이다. 화개(花開, 경남 하동군 화개면)는 꽃피는 땅이다. 그 골짜기에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기도 하지만, 꽃이 없더라도 그 땅은 이미 꽃으로 피어난 마을이다. 세상이 아닌 곳..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3.27
다시 숲에 대하여(2) 은사시나무숲의 신록은 수줍고 또 더디다. 다른 모든 숲들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두터워져갈 때, 은사시나무숲은 겨우 깨어난다. 갓 깨어난 은사시나무숲은 희뿌연 연두의 그림자와 같다. 멀리서 보면, 은사시나무숲의 신록은 봄의 산야에 낀 안개처럼 보인다. 이 숲에서는 젖을 토하는 어린 아기의 냄..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2.27
다시 숲에 대하여 다시 숲에 대하여 -전라남도 구례 잎들은 태어나서 땅에 떨어질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면서 반짝인다. --------------- 19번 국도는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포구까지 섬진강을 동쪽으로 따라 내려간다. 강 건너편에서 강을 따라 쫓아오는 길이 861번 지방도로다. 강을 따라 출렁거리며 바..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2.18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3) 산을 오르는 사람들 지금, 5월의 산들은 새로운 시간의 관능으로 빛난다. 봄 산의 연두색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수목의 비린내는 신생의 복받침으로 인간의 넋을 흔들어 깨운다. 봄의 산은 새롭고 또 날마다 더욱 새로워서, 지나간 시간의 산이 아니다. 봄날, 모든 산은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산이고 경험..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2.17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2) 중국서 흘러온 한 알의 씨앗 안면도에는 소나무숲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승언리 방초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는 모감주나무숲도 있다. 모감주나무는 백일홍 고목처럼 신기가 어린 듯 구불구불 뻗어나가고, 밑둥과 줄기는 발가벗은 듯이 매끄럽게 윤이 난다. 이 희귀한 나무는 천연기념물 대접을..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2.08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1) 봄 산의 연두색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수목의 비린내는 산새의 복받침으로 인간의 넋을 흔들어 깨운다. --------------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 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 자음 'ㅅ'의 날카로움과 'ㅍ'의 서늘함이 목젖의 안쪽을 통과해나오는 'ㅜ' 모음의 깊이와 부딪쳐서 일어나는 마음의 ..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