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에 바친다(2) 갈대는 바람과 더불어 피고진다 갯가의 풀들은 바다 쪽을 갈 수록 키가 작아진다. 갈대가 사람 쪽으로 가장 가깝고, 갈대숲 너머는 갯잔디, 그 너머는 칠면초, 그 너머는 퉁퉁마디이다. 밀물 때면 먼 풀들은 물에 잠기고, 새떼는 갈대숲으로 날아든다.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들은 빛나는 꽃을..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1.03
도요새에 바친다(1) 저무는 만경강 하구 갯벌 위로, 새들은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새들은 살아서 돌아온다. 에베레스트나 낭가 파르바트를 오르는 등반가들은 8,000미터의 눈 덮힌 산정에서 얼어붙은 철새들의 시체를 발견하는 수가 있다. 캐나다 툰드리 숲에서 발진하는 철새들의 대륙횡단 비행 편대는 아시아 대륙의 중..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1.02
만경강에서 - 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2) 바다의 짠맛과 햇볕의 향기로 소금은 탄생한다 옥구 염전은 올해의 첫번째 소금을 거두기 시작했다. 갯고랑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이 6단계의 저수장을 거치면서 증발하고 마지막 결장지에서 소금을 이룬다. 염전 사람들은 소금이 결장지 바닥에 엉기는 사태를 '소금이 온다'고 말한다. 소금은 멀리서 ..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09.12.20
만경강에서 - 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1) 밀물의 서해는 우주의 관능으로 가득하다. 달이 하루에 두 번씩 물을 끌어당겨서 바다를 부풀게 하는 자연 현상과 달이 한 달에 한 번씩 여자의 목숨을 빨아당겨서 부풀게 하는 생명현상이 모두 다 조(潮)이다. 밀물의 서해는 우주의 관능으로 가득하다. 내 조국의 서해는 어떠한 바다인가. 서해는 조..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09.12.19
망월동의 봄 삶 속에서는 언제나 밥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망월동 5·18 묘지에 스무번째 봄이 왔다. 새 묘역은 망월동이 아니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이다. 그러나 다들 망월동이라고 부른다. 새 묘역의 유영 봉안실에는 1980년 5월에 총맞아 죽고 매맞아 죽은 사람들 3백여 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교..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0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