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3)

그림자세상 2010. 7. 23. 01:51

인공조림보다는 자연복원이 효과적

 

지난 4월 영동 산불이 꺼진 후 강원도는 복구비로 1천2백억 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영동 산불을 오래 연구한 강원대학교 정연숙 교수는 펄펄 뛰고 있다. 나무를 억지로 심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주장은 오랜 실증적 연구에 바탕하고 있다. 환경관리주의와 생태주의의 입장은 산림정책에서도 맞부딪치고 있다. 정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산림청은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을 병행하겠다고 하는데?"

"경사가 급한 지역이나 암반 지역은 자연복원하고 나머지를 인공조림하겠다는 말은 100퍼센트 인공조림하겠다는 말과 같다."

"자연복원된 숲은 경제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우리 나라는 목재를 95퍼센트 수입하고 있다. 숲의 경제성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나무를 심기보다 가꾸는 일이 숲의 경제성을 위해 더 중요하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숲은 재화를 공급하는 공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숲의 경제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림 조성은 대부분 실패했거나 그 경제성이 덤증되지 않고 있다. 산림청도 이걸 일부 인정하고 있다."

"100퍼센트 자연복원을 하자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송이 채취 구역이나 도로 연변의 풍광 지역, 또는 모래 사태가 걱정되는 지역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와의 지역은 자연에 맡겨야 한다. 제발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내버려두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숲은 복원 능력이 있다. 조림한 경우보다 더 빨리 건강하게 회복된다. 입증된 연구 결과가 있다. 숲이 죽었기 때문에 새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숲은 죽지 않았다. 숲은 앞으로 20년 내에 활엽수림으로 자연복원될 것이다. 그 사례도 있다. 이처럼 자연복원된 숲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하고 재앙에 대한 저항력과 복원성도 크다. 왜 무의미하게 막대한 돈을 쓰려고 하는가. 제발 내버려둬라, 제발 손대지 말라, 제발 아무 일도 하지 말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