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58

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3)

인공조림보다는 자연복원이 효과적 지난 4월 영동 산불이 꺼진 후 강원도는 복구비로 1천2백억 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영동 산불을 오래 연구한 강원대학교 정연숙 교수는 펄펄 뛰고 있다. 나무를 억지로 심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의 주장은 오랜 실증적 연구에 바탕하고 있다. 환경관리..

연꽃 있는 사랑이야기(2)

여인의 표정은 깜찍하고 새침하다. 뾰로통한 낯빛처럼 보이기도 한다. 살집이 도톰한 얼굴에 눈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다. 오른쪽으로 잔뜩 몰린 눈동자도 기막히다. 그녀는 어깨 위의 연꽃을 곁눈질로 살피는 낌새다. 물론 촛대에 꽃힌 촛불이 꺼지지 않는지 감시하는 눈초리다. 하지만 감상하는 이에 ..

지나가는 것이 지나가는구나(2)

귀 없는 돌부처는 아닌 게 아니라 절묘하다. 말하지 않을 뿐더러 듣지도 않는, 적요한 깨달음을 굴산사 폐허는 일깨우려는 것인가. 우리는 벌판 초입에 놓인 당간지주를 올려다보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물이다. 몸돌은 들까부는 장식이 없다. 덤덤하고 졸박한 모양새로 사라진 거찰의 위용을..

이중섭의 소가 맛있는 이유

잇속 챙기려는 작자들이 간롱을 떠는 통에 이중섭 그림이 한동안 혼꾸멍났다. 가짜가 진짜로 행세하고 섭치가 알천으로 둔갑햬씨 때문인데, 미술시장에서 애먼 그림이 매기가 떨어지고 이중섭의 명성을 홀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가까 그림이 활개쳐 세상을 속일지언정 그 작가의 삶과 작품이 덩달..

쌍용에 관한 몇가지 사소한 기억들(4)

어떤 날은 해 아버지와 먼 산으로 고사리를 따러 갔다. 우리들이 놀던 앞 동산이 아니라 마을을 한참 벗어난 좀 더 높고 깊은 산이었다. 아버지는 이따끔씩 그 산으로 고사리를 캐러 가곤 하셨다. 보통은 혼자 가곤 하셨는데 드물게 함께 가자 하시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망태기 비슷한 것을 준비하..

쌍용에 관한 몇가지 사소한 기억들(3)

산 고개를 넘어 도착한 시멘트 회사의 독신자 숙소는 별천지였다. 당시로는 고층의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독신자 숙소에 도착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사택 앞 불어난 개울물도, 그 물에 어쩌면 곧 쓸려가 버릴지도 모르는 집도 까맣게 잊은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구경하기에 바빴다. 층 마다 있는 ..

쌍용에 관한 몇가지 사소한 기억들(2)

사택 앞 개울은 평소에는 그저 작은 개울에 불과했지만 여름이면 늘 큰 물이 져서 무섭게 불어나곤 했다. 대부분은 물이 불어나는 정도로 그쳤지만 드물게 불어난 물이 다리를 넘고 사택까지 밀려들 기세여서 사택의 사람들이 모두 집을 버리고 피난을 가야할 정도로 심각하기도 했다. 내가 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