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 안동 하회 마을 두레박으로 길어올린 물은 그 물을 퍼올린 사람의 생애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퇴계 이황(1501~1570)의 존영과 도산서원은 지금 천 원짜리 지폐에 인쇄되어 퇴계의 삶이나 체취와는 사소한 관련도 없어보이는 세상 속을 유통하고 있다. 경북 안동 지녁을 여행하는 일은 퇴계의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8.08
옷깃에 스친 인연 나는 '이병주'라는 고봉준령을 오를 수 없다. 까마득해서 주눅이 든다. [소설 알렉산드리라]에 가기도, [관부연락선]을 타기도, [지리산]과 [산하]를 밟기도 힘이 부치고 [쥘부채]를 잡거나, [행복어 사전]을 뒤지거나, [그해 오월]을 기억하기도 깜냥이 안 된다. 포기가 마땅하거늘 용심을 부리는 것은 가.. Texts and Writings/꽃 피는 삶에 홀리다-손철주 2010.08.05
그리운 것들 쪽으로 - 선암사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술을 억수로 마신 다음날 아침에 누는 똥은 불우하다. 똥이 항문을 가득히 밀고 내려가지 못하고, 가락국수처럼 비실비실 새어나온다. 똥이 똥다운 활력을 잃고 기신거리면서 툭툭 끊긴다. 이것은 똥도 아니다. 삶의 비애는 창자 속에 .. 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2010.08.04
쌍용에 관한 몇가지 사소한 기억들(5) 아버지와 동행을 생각하면 떠 오르는 또 하나의 그림. 장성에서 제천까지의 밤열차, 새벽에 도착한 제천역에서의 국밥, 이른 아침 찾은 할머니 산소.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들은 제천을 떠나 아버지가 직장을 잡은 장성으로 이사를 갔다. 먼 길이었고 낯선 곳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곳이기도 .. Texts and Writings/My essay-to remember the past 2010.08.04
방 안에 꽃 들여 놓으시지요 일본의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한국에 애독자가 많다. 메이지유신의 영웅을 그린 [료마가 간다]로 일본의 '국민작가'가 된 그는 조선 도공의 삶을 소재로 한 [고향을 어찌 잊으리까]로 우리에게 낯익다. 내가 일하는 출판사에서 그의 한국 기행문 두 권을 낸 적도 있다. 책이란 신통해서 글이 마음에.. Texts and Writings/꽃 피는 삶에 홀리다-손철주 2010.08.04
지상의 양식(13) 블리다에서 회향이 커다란 줄기들(황금빛 일광 밑에, 또는 육중한 유칼립터스나무의 쪽빛 잎사귀 밑에 녹금색의 꽃들이 찬연히 피어 있다). 그 초여름날 아침 사엘로 향하여 거닐던 길가에 회향들은 비길 데 없이 화려하였다. 그리고 놀란 듯한 또는 태연한 듯한 유칼립터스나무들. 자연에 참여하지 ..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8.03
입 다문 모란, 말하는 모란 한번 떠나간 잠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릴없이 문득 서가를 본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앵돌아앉았다. 집게손가락으로 책등을 죽 훑어나간다. 잠시 손이 멈춘 곳, 몸피 튼실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먼지 낀 종이상자를 벗기자 푸른 장옷을 걸친 옥골이 드러난다. 손가락 점고고 간택한 이 책이 오늘 .. Texts and Writings/꽃 피는 삶에 홀리다-손철주 2010.08.01
생각과 영성 Zen does not confuse spirituality with thinking about God while one is peeling potatoes. Zen sprituality is just to peel the potatoes. -Alan W. Watts 선은 감자 껍질을 벗기며 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영성을 혼동하지 않는다. 선 정신은 바로 감자 껍질을 벗기는 것이다. -------- 뭔가를 생각하지 않고 보내는 날은 거의 없다. 우리는 아름.. Texts and Writings/긍정의 한줄 2010.08.01
워커 에반스전 - 알라바마의 한 소작인 가족 Sharecropper's family, Alabama, 1936. 사진의 크기가 결정하는 아우라가 있다. 옆에 나란히 걸린 에반스의 원 사진을 디지털 판본으로 확대한 사진 앞에서 나는 원판의 작은 크기가 감추어버릴 수도 있었던 부분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자. 이 가족들은 일하던 모습 그대로 에반스의 부탁을 받고 .. 사진/dailylife 201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