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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 안동 하회 마을

두레박으로 길어올린 물은 그 물을 퍼올린 사람의 생애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퇴계 이황(1501~1570)의 존영과 도산서원은 지금 천 원짜리 지폐에 인쇄되어 퇴계의 삶이나 체취와는 사소한 관련도 없어보이는 세상 속을 유통하고 있다. 경북 안동 지녁을 여행하는 일은 퇴계의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

쌍용에 관한 몇가지 사소한 기억들(5)

아버지와 동행을 생각하면 떠 오르는 또 하나의 그림. 장성에서 제천까지의 밤열차, 새벽에 도착한 제천역에서의 국밥, 이른 아침 찾은 할머니 산소.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들은 제천을 떠나 아버지가 직장을 잡은 장성으로 이사를 갔다. 먼 길이었고 낯선 곳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곳이기도 ..

방 안에 꽃 들여 놓으시지요

일본의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한국에 애독자가 많다. 메이지유신의 영웅을 그린 [료마가 간다]로 일본의 '국민작가'가 된 그는 조선 도공의 삶을 소재로 한 [고향을 어찌 잊으리까]로 우리에게 낯익다. 내가 일하는 출판사에서 그의 한국 기행문 두 권을 낸 적도 있다. 책이란 신통해서 글이 마음에..

입 다문 모란, 말하는 모란

한번 떠나간 잠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릴없이 문득 서가를 본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앵돌아앉았다. 집게손가락으로 책등을 죽 훑어나간다. 잠시 손이 멈춘 곳, 몸피 튼실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먼지 낀 종이상자를 벗기자 푸른 장옷을 걸친 옥골이 드러난다. 손가락 점고고 간택한 이 책이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