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퓰리처 수상작 사진전

그림자세상 2010. 7. 22. 00:39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퓰리처상 수상 사진전에 다녀왔다.

사진이 순간의 미학이라고 하지만 완벽한 슈팅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과 공간의 완벽한 일치는

더러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오기도 하고

끝없이 참고 기다리는 인내의 결과로 오기도 하고

포토그래퍼의 놀라운 직감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William C. Beall, Faith and Confidence, 1958.

 

아이의 손과 발, 그리고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보도로 내려선 아이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아이를 향한 경찰관의 눈에도,

보도 위에서 둘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눈에도

 사랑이 넘친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그래퍼는

행복하다.

 

Rocco Morabito, The Kiss of Life, 1968.

 

플로리다에서 대규모 정전 후 전기배선을 수리하던 전기공, Randall Champion이

4천 볼트가 고압 전류에 감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료 J. D. Thompson이 전기줄에 매달려 의식을 잃은 그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챔피언은 의식을 회복했다고 한다

 

John L. Gaunt, Jr. Tragedy  by the Sea, 1955.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방금 자기 앞에 있던 아이가 보이지 않자 부부는 경악한다.

사진 속 부부에게서 그들이 느낀 당황스러움과

무기력함이 묻어난다.   

아이의 시신은 며칠 후 파도에 밀려왔다..... 

 

Toshio Sakai, Vietnam--Dreams of Better Times, 1968.

 

장대 같은 비가 내리는 전장의 한 가운데,

우박처럼 퍼붓던 총탄이 잠깐 멈춘 사이, 병사는 잠이 들었다.

죽음도 잊은 그의 잠 속의 세계는 부디 평화이기를.... 

 

 

Robin Hood, Moment of Reflection, 1977.

 

그가 잃은 두 다리가 그의 품에 안긴 저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기를.... 

 

 

Jahangir Razmi, Justice and Cleansing Iran, 1980.

 

이런 순간에도 카메라를 향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래야 한다는 것....

어떤 마음일까.... 

 

Anthony Suan, Memorial Day, 1984.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슴에 묻는다.... 

 

 

Todd Heisler, The Final Salute, 2006.

 

 만삭의 부인은 이미 남편의 죽음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 창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에 어린 걱정과 근심은

그것이 타인의 일만이 아님을 느끼고 있는 듯한 강렬한 메시지이기도. 

 

 

Rocky Mountain News Staff, Colorado Wildfires, 2003.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한 인간,

그러나 그 무기력함이 좌절로만 끝나지 않을 것에 대한 믿음이 있기를....

 

 

The New York Times Staff, World Trade Center Attack, 2002.

 

그때 그곳이 아니라면 결코 담을 수 없는 한 순간....! 

 

 

Stan Grossfeld, Ethiopian Famine, 1985.

 

한 장의 사진이 세계를 바꾸기도 한다면 이 사진이 그런 사진일 수 있지 않을까? 

 

 

Kevin Carter, Waiting Game for Sudanese Child, 1994.

 

그토록 논란이 되었던 사진....

무엇이 우선이어야 했을까,

아이를 데리고 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윤리적 비난에 휩싸였던 그 사진.

결국 카터는 자실한 채 발견된다, 33살의 나이로....

 

 

Renee C. Byer, A Mother's Journey, 2007.

 

Cindy French와 암에 걸린 10살 된 그녀의 아들 Derek.

둘의 마지막 여정을 작가가 함께 하며 담았다.  

일년 뒤 데릭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녀와 아들, 데릭의 한 순간. 

 

 

Carolyn Cole, Monrovia Under Siege, 2004. 

 

적들을 피해 난민촌을 떠나야만 하는 여인의 눈에 담긴 공포는,

밝게 빛을 받아 더욱 두드러진 원색의 옷과 머리띠와

암흑 속에 스폿 라이트 받듯 강렬하게 내리 쏘는 빛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사진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듯 완벽하게 빛을 담아내었지만

포토그래퍼는 말한다.

"나는 아름다운 빛이 아니라 그녀의 눈동자에 서린 공포에 사로잡혔다." 

 

 

Stanley J. Forman, Boston Fire, 1976. 

 

화재가 난 건물 난간에서 구조요청을 기다리던 아이들,

그 밑을 지나가던 포토그래퍼. 순간 난간이 떨어지고 아이들의 추락!

아래 아이는 결국 목숨을 건지지 못했지만

위의 아이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Don Bertlette, Enrique's Journey, 2003.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 엄마를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길고 긴 여행.

트레일러 바닥에서, 배 짐칸에서, 그리고 열차 지붕 위에서....

그러나 그 긴 여행이 절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희망을 향한 여행이라 슬프지 만은 않다고 사진을 보던 누군가 그랬다.

안개속으로의 불확실한 여행이지만

애틋함 속에 희망이 있음에 동의한다.

마지막 사진을 이것으로 삼고 싶은 것도

불확실한 가운데 있을

그 희망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