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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 여수의 무덤들(2)

봄의 무덤들은 평화롭다. 푸른 보리밭 속의 무덤들은 죽음이 갖는 단절과 차단의 슬픔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 무덤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죽음은 바람이 불고 날이 저물고 달이 뜨고 밀물이 들어오고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편안한 순리로 느껴진다. 30년쯤 전 아버지를 묻을 때, 내 어린 여동..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 여수의 무덤들(1)

모든 무덤들은 강물이 흐르고 달이 뜨는 것처럼 편안하다. 봄볕이 내리쬐는 남도의 붉은 흑은 유혹적이다. 들어오라 한다. 부드럽게 부풀어오른 붉은 흙 속으로 들어가 누워서 백골을 가지런히 하고 쉬고 싶다. 가끔씩 죽는 꿈을 꾼다. 꿈에 내가 죽었다. 죽어서 병풍 뒤로 실려갔다. 병풍 뒤는 어두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