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요일
여국현
또
한 목숨이 떨어졌다
화장한 일요일 오후
회사 입구에 장승처럼 버티고 선
안전 무재해 기록판
무재해 일수
"0"
입사 삼년이 채 안된 스물 여덟의 목숨이
십 이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흩어져버렸다
교대점호 때 주임은 말했다
--안전수칙을 어기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본인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라고
우리는 우리의 친구 중의 하나가 아님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신속정확한 사고속보를 보고 사인을 하고
안전위생일지에 그 사람의 죽음을
형식적으로 기록했다
그것으로
그만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 되지 못하고
우리 중의 누군가 죽어갔다는 것 또한 슬픔이 되지 못하는
화창한 일요일 오후
누군가 안타까와 하고 있을 것이다
'무재해 오백만 시간'이 이틀 앞두고 깨어진 것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