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어떤 일요일

그림자세상 2010. 9. 21. 15:15

어떤 일요일

 

      여국현

 

 

 

한 목숨이 떨어졌다

화장한 일요일 오후

 

회사 입구에 장승처럼 버티고 선

안전 무재해 기록판

무재해 일수

"0"

입사 삼년이 채 안된 스물 여덟의 목숨이

십 이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흩어져버렸다

교대점호 때 주임은 말했다

--안전수칙을 어기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본인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라고

우리는 우리의 친구 중의 하나가 아님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신속정확한 사고속보를 보고 사인을 하고

안전위생일지에 그 사람의 죽음을

형식적으로 기록했다

그것으로

그만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 되지 못하고

우리 중의 누군가 죽어갔다는 것 또한 슬픔이 되지 못하는

화창한 일요일 오후

누군가 안타까와 하고 있을 것이다

'무재해 오백만 시간'이 이틀 앞두고 깨어진 것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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