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이장(移葬) 1

그림자세상 2012. 5. 14. 22:28

이장(移葬) 1

 

할아버지 묘를 파묘하러

이른 아침 연세 지긋한 세 분이 오셨다

작업차를 함께 타고 할아버지 묘로 향하는 차 안

세 분은 차 만큼이나 느릿느릿 그러나 쉴 새 없이

딱히 뭐랄 것도 없이 지나는 모든 것을 두고

툭툭 던지고 받았다

 

길 조타만 그래

하마 조채 이기 언제적 길인가 몰라

이십 팔 번 국도 영주에서 영천꺼지 내리 쭉 안 가나

조아진기제 시상

저기 저거 비나 말 회관 잘 지았지

저거 질 때 신 아무개라 카는 그 양반 안 봐띠나

그래 신가 그 양반 허우대가 장군깜이제

마따마따 그래 니도 아는가베

하모 알다마다 그마하몬 내도 사람 마이 알제

그 사람 성깔 좀 있데 새초롬허니 안 웃데

그래 성깔 대단해 헛

니 이사리 가는 길 알기나 아나

이사리 그래 삼사리 사사리 형님 아이가

허허 참 말가짠은

말 가짠키는 내 말이 오데 틀맀나

맞제 맞제 헛

엊그제 저쪽 펜 깎고 여 왔자네

아따 그까지 기억하고 아직 쓸만하구마 그 머리 폼은 아닐쎄

아구 야야 만타 마네 먼 풀이 저래 만노

저기 저 말 회관도 잘 지았는데 마 관리를 잘 모해

관리를 잘 해야지 짓지만 잘 지만 머해

마따 괜히 골칫거린기라 관리 못하만

저기 관광차가 한 대 왔네

관창차가 말로 왔노 여까지 뭐 볼끼 이따꼬

일 있으이 왔겄제

일 있으이 왔겄지마는 뭔 일이고

뭔 일인지 내가 아니 니가 아나

알면 쉬와 모르만 어렵고

기계 고치는 것도 글차네

원리를 알만 쉽고 모르만 어렵고 그런기래

어디 기계 고치는 일만 글터나 세상 이치가 다 글치

하모 마따 어 그새 다 왔고마

이제 고마 이바구 그치고 장비 챙기라

퍼뜩 다 왔따

 

어느덧 이사리

작은 둑방의 저수지를 지나며

쉴 새 없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있던 내 눈 앞에

창 밖으로 우거진 밤나무가 가득 들어왔다

그 밤나무 사이 하얀 밤꽃을 이고

징용가 한줌 흙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흔적은

칠십 년을 누워 계셨다

 

내가 앞 서고

세 분이 뒤따르고

창규 아제가 그 뒤에

아버지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뒤에 처져

일곱 살 때 오르던 그 길을

한 걸음에 십 년씩 담아

허위적허위적 오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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