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移葬) 1
할아버지 묘를 파묘하러
이른 아침 연세 지긋한 세 분이 오셨다
작업차를 함께 타고 할아버지 묘로 향하는 차 안
세 분은 차 만큼이나 느릿느릿 그러나 쉴 새 없이
딱히 뭐랄 것도 없이 지나는 모든 것을 두고
툭툭 던지고 받았다
길 조타만 그래
하마 조채 이기 언제적 길인가 몰라
이십 팔 번 국도 영주에서 영천꺼지 내리 쭉 안 가나
조아진기제 시상
저기 저거 비나 말 회관 잘 지았지
저거 질 때 신 아무개라 카는 그 양반 안 봐띠나
그래 신가 그 양반 허우대가 장군깜이제
마따마따 그래 니도 아는가베
하모 알다마다 그마하몬 내도 사람 마이 알제
그 사람 성깔 좀 있데 새초롬허니 안 웃데
그래 성깔 대단해 헛
니 이사리 가는 길 알기나 아나
이사리 그래 삼사리 사사리 형님 아이가
허허 참 말가짠은
말 가짠키는 내 말이 오데 틀맀나
맞제 맞제 헛
엊그제 저쪽 펜 깎고 여 왔자네
아따 그까지 기억하고 아직 쓸만하구마 그 머리 폼은 아닐쎄
아구 야야 만타 마네 먼 풀이 저래 만노
저기 저 말 회관도 잘 지았는데 마 관리를 잘 모해
관리를 잘 해야지 짓지만 잘 지만 머해
마따 괜히 골칫거린기라 관리 못하만
저기 관광차가 한 대 왔네
관창차가 말로 왔노 여까지 뭐 볼끼 이따꼬
일 있으이 왔겄제
일 있으이 왔겄지마는 뭔 일이고
뭔 일인지 내가 아니 니가 아나
알면 쉬와 모르만 어렵고
기계 고치는 것도 글차네
원리를 알만 쉽고 모르만 어렵고 그런기래
어디 기계 고치는 일만 글터나 세상 이치가 다 글치
하모 마따 어 그새 다 왔고마
이제 고마 이바구 그치고 장비 챙기라
퍼뜩 다 왔따
어느덧 이사리
작은 둑방의 저수지를 지나며
쉴 새 없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있던 내 눈 앞에
창 밖으로 우거진 밤나무가 가득 들어왔다
그 밤나무 사이 하얀 밤꽃을 이고
징용가 한줌 흙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흔적은
칠십 년을 누워 계셨다
내가 앞 서고
세 분이 뒤따르고
창규 아제가 그 뒤에
아버지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뒤에 처져
일곱 살 때 오르던 그 길을
한 걸음에 십 년씩 담아
허위적허위적 오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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