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13) 블리다에서 회향이 커다란 줄기들(황금빛 일광 밑에, 또는 육중한 유칼립터스나무의 쪽빛 잎사귀 밑에 녹금색의 꽃들이 찬연히 피어 있다). 그 초여름날 아침 사엘로 향하여 거닐던 길가에 회향들은 비길 데 없이 화려하였다. 그리고 놀란 듯한 또는 태연한 듯한 유칼립터스나무들. 자연에 참여하지 ..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8.03
지상의 양식(12) 시라쿠사에서 밑이 평평한 배. 낮게 드리운 하늘은 이따금 훈훈한 비로 변하여 내리고, 물 속에서 자라는 풀들의 흙탕 머금은 냄새, 얼크러진 줄기, 솟아오르는 이 푸른 샘도 깊은 물 때문에 자취를 볼 수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황량한 평원 속에서, 이 천연의 번듯한 수반 속에서, 물이 ..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7.24
지상의 양식(11) 제 3 장 빌라 보르게즈에서 그 수반 속에서는.....(그늘져 어스름한데)..... 모든 물방울, 모든 존재가 쾌락 속에 죽어 가고 있었다. 쾌락! 이 말을 나는 부단히 되풀이하고 싶다. 이 말이 [복된 삶]의 동의어였으면 한다. 아니 그저 삶이라고만 말했으면 하는 것이다. 아아, 신은 단순히 그것만을 위해서 이..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7.18
지상의 양식(10) * 그리하여 나는 하나하나가 고립된 온전한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각 순간을 나의 생애로부터 [분리시키는] 습관을 붙였다. 거기에 특수한 행복의 형태를 고스란히 집중시킬 수 있기 위하여서. 그러기 때문에 나는 가장 가까운 추억에도 현재의 나 자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던 것이다. 나타나..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7.11
지상의 양식(9) 모든 것은 제때에 오게 마련이다, 나타나엘이여. 사물마다 제 요구에서 태어나는 것이어서, 말하자면 외부로 나타난 하나의 요구에 불과하다 [나에게는 폐가 필요하다]고 나무는 말하였다. [그리하여 나의 수액은 잎이 되어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호흡을 하고 난 다음에 나의 ..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2.21
지상의 양식(8) [다행이로군]하고 말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지]하고 말하라. 거기에 행복의 커다란 약속이 있다. 행복의 순간을 신이 내려 주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럼 다른 순간들은 신이 아닌 누가 주었다는 말인가. 나타나엘이여, 신과 그대의 행복을 구별하지 말라. 만약에 내가 이 세상에 태..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2.08
지상의 양식(7) 제 2 장 양식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고대하고 있다. 양식들이여! 나의 주림은 중도에서 맺지 않으리라. 충족되지 않고서는 침묵하지 않으리라. 도덕으로도 결판을 내릴 수 없으리라. 금욕으로써 내가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영혼뿐이었다. 만족이여! 나는 너희들을 찾고 있다. 너희들은 여름의 새벽..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10.01.28
지상의 양식(6) 나타나엘이여, 그대의 속에 들어 있는 모든 책들을 불태워 버려야 한다. 내가 불질러 버린 것들을 찬양하여 롱 드 학교의 책상 앞에서 조그만 걸상 위에 앉아 읽는 책들이 있다. 거닐며 읽는 책들도 있고 (책의 크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숲에서, 어떤 것은 다른 전원에서 읽도록 되어 있..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09.12.29
지상의 양식(5) 3 나타나엘이여, 그대에게 기다림을 이야기하여 주마. 나는 보았다. 여름에 벌판이 기다리는 것을. 조금이라도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을. 길 위의 먼지들은 너무도 가벼워져서 바람이 일 때마다 휘날렸다. 그것은 이미 욕망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조바심이었다. 땅은 물을 더 많이 받아들이려는 듯..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09.12.17
지상의 양식(4) 2 아아, 얼마나 나는 밤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던가. 아아, 창이여! 그토록 창백한 빛발이 달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개가 드리워 마치 샘물인 양---나는 그것을 입으로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아아, 창이여! 얼마나 여러 번 나의 이마가 너희들의 서늘한 유리에 기대어 열을 잃었으며, 얼마나 여.. 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200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