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7)

그림자세상 2010. 1. 28. 11:33

  제  2  장


  양식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고대하고 있다.

  양식들이여!

  나의 주림은 중도에서 맺지 않으리라.

  충족되지 않고서는 침묵하지 않으리라.

  도덕으로도 결판을 내릴 수 없으리라.

  금욕으로써 내가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영혼뿐이었다.


  만족이여! 나는 너희들을 찾고 있다.

  너희들은 여름의 새벽처럼 아름다와라.


  저녁에는 한결 더 삼삼하고 낮에는 감미로운 샘둘들, 싸늘한 새벽의 물. 바닷가의 산들바람. 돛대들 가득 모인 항만. 율동하는 바닷가의 미지근한 공기....

  오! 벌판으로 가는 길이 또 있다면. 한낮의 무더움, 들에서 마시는 물, 밤에는 푸근한 낟가리 움푹 팬 잠자리.

  동방으로 가는 길들이 있다면. 정든 바다 위에 달리는 배로 갈라지는 물결, 모술의 동산들, 투구르에서 볼 수 있는 춤들, 엘베치아의 목인의 노래들.

  북방으로 가는 길들이 있다면. 니지니의 장터, 눈보라 휘날리는 썰매들, 얼어 붙은 호수들, 진정으로 나타나엘, 우리의 욕망들은 지칠 줄을 모르리라.

  배들이 이름도 모를 해안으로부터 무르익은 과실들을 싣고 항구에 들어왔다. 어서 빨리 짐을 풀어라. 우리들이 맛볼 수 있도록.


  양식이여!

  나는 너희들을 기대하고 있다, 양식들이여!

  만족이여, 나는 너희들을 찾고 있다.

  너희들은 여름의 웃음처럼 아름답다.

  나는 안다, 이미 대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욕망이라고는

  나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나의 굶주림들은 저마다 보답을 기다리고 있다.

  양식이여!

  나는 너희들을 기대하고 있다, 양식이여.

  온 공간을 헤매어 나는 너희들을 찾고 있다.

  나의 모든 욕망의 만족을.


                     *

  지상에서 내가 안 가장 아름다운 것

  아아! 나타나엘, 그것은 나의 주림이다.

  그것을 기다리는 모든 것에

  주림은 항상 충실하였다.

  꾀꼬리는 술에 취하는 것일까?

  독수리는 젖에? 그리브새는 즈니에브르 술로 취하지 않는 것일까?

  독수리는 제 날음에 취하고 꾀꼬리는 여름 밤에 취한다.

  벌판은 더위에 떤다.


  나타나엘이여, 모든 감동이 그대에게 도취가 되도록. 그대가 먹는 것에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대가 충분히 굶주리지 않았던 탓이다.

  완전한 행위는 모두가 쾌락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것으로써 그대는 완전한 행위를 했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통스럽게 일하였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통스러웠다면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곧 그 일이 제게 맞는 일이라는 표적이다. 나의 쾌락의 성실성이, 나타나엘이여, 그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길잡이다.


  나의 육체가 매일 갈망할 수 있는 쾌락과 나의 머리가 감당할 수 있는 쾌락을 나는 알고 있다. 그 뒤에 나의 잠은 시작될 것이다. 땅도 하늘도 나에게는 그 이상의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터무니없는 병들이 있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들도 우리 넋의 비통한 권태를 알게 될 것이다.”

  아둘람의 동굴에서, 다빗, 그대는 저수지의 물을 그리워 했었다. 그대는 말했다. “오오, 베들레헴 성벽 밑에서 솟는 시원한 물을 누가 나에게 갖다 줄 것인가. 어렸을 적에 나는 그 물로 목을 축였었다. 그러나 지금 그 물은, 나의 열이 갈망하는 그 물은 적의 수중에 들어있다.”

  나타엘이여, 과거의 물을 다시 맛보려고 애쓰지 말라.

  나타나엘이여, 미래 속에서 과거를 다시 찾으려 하지 말라. 각 순간의 유다른 새로움을 붙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대의 기쁨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차라리 준비되어 있던 곳에서 [다른] 기쁨이 그대 앞에 나타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라.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네가 노상에서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은 그러 것이 아니었다. 그 이유로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며---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라.

  내일의 꿈은 하나의 기쁨이다. 그러나 내일의 기쁨은 그와는 다른 또 하나의 기쁨인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자기가 품었던 꿈과 비슷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물마다 제각기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오너라, 나는 이러저러한 기쁨을 준비해 놓았다” 하고 너희들이 말하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우연히 마주치는 기쁨,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바위에서 솟게 하는 기쁨 밖에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 기쁨들은 압착기에서 넘치는 새 포도주처럼 우리들을 위해 새롭고 힘차게 흐를 것이다.

  나의 기쁨이 꾸며지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으며, 슐라미트가 여러 방을 거치는 것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입맞추기 위하여서 나는 포도송이가 남긴 입가의 얼룩을 씻지 않았다. 입을 맞추고 나서 나는 입술이 식을 사이도 없이 달콤한 포도주를 마셨다. 그리고는 벌집의 꿀을 밀랍과 함께 먹었다.

  나타나엘이여, 어떠한 기쁨도 미리 준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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