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8)

그림자세상 2010. 2. 8. 11:24

  [다행이로군]하고 말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지]하고 말하라. 거기에 행복의 커다란 약속이 있다. 행복의 순간을 신이 내려 주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럼 다른 순간들은 신이 아닌 누가 주었다는 말인가. 나타나엘이여, 신과 그대의 행복을 구별하지 말라.


  만약에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존재하지 못한다고 신을 원망할 수도 없는 것처럼 나를 만들어 주셨다고 신에게 감사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나타나엘이여, 신에 관한 이야기는 오직 자연스럽게 해야만 한다.


  일단 존재가 인정된 다음에는, 대지의 존재, 인간의, 그리고 나 자신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보여지기를 나는 바란다. 그러나 그런 것을 깨닫고 새삼스레 놀라게 되니 나의 지성도 무색할 지경이다.  참말로 나도 송가를 불렀으며 다음과 같은 것을 쓰기도 하였다.


                          {롱드}

                  신의 존재의 아름다운 증거


   나타나엘이여, 가장 아름다운 시흥은 신의 존재의 수많은 증거에 관한 감동이라는 것을 그대에게 가르쳐 주마. 그대도 알겠지, 그런 것들이 여기에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리라는 것을. 더구나 그것들을 그저 단순히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신의 존재만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런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의 영겁성인 것이다.

   물론 나도 잘 안다. 성 앙셀므의 논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완전한 복지의 섬들의 우화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오호라! 누구나 다 그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러나 그대는 선택된 소수의 사람이 있음을 믿고 있다. 2x2는 4라는 식의 증명법이 있다. 그러나 나타나엘이여, 누구나 다 정확한 셈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최초의 원동력을 내세우는 증명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있던 원동력도 있는 것이다. 나타나엘, 우리가 그때 거기에 있지 못하였었다는 것이 한스럽구나.

   남자와 여자가 창조되는 광경을 볼 수 가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어린이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놀라는 것을. 엘브루즈의 세두르나무들은 벌써 빗물로 패인 산 위에서 이미 수백 년의 고목으로 태어나 지친 모습이었을 터이고.

   나타나엘! 세상의 여명을 그때 눈앞에 볼 수 있었더라면! 그 무슨 게으름으로 우리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더란 말인가? 그대는 그래 살기를 원하고 있지 않았던가? 아아, 나는 확실히 살기를 원하였었다..... 그러나 그때 신의 영은 시간 밖에서 자다가, 물 위에서 겨우 눈을 떴을 뿐이었다. 만약에 내가 그때 거기 있었더라면, 나타나엘, 나는 신에게 모든 것을 좀더 널따랗게 만들도록 청을 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여, 그때에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답하진 말라.*(*[둘에 둘이 합하여도 넷이 되지 않는 다른 세계를 나는 뚜렷이 상상할 수 있다]고 알시드가 말했다. [허허 못 믿을 얘긴 걸]하고 메날끄는 대답했다.)

   궁극 원인에 의한 증명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신에 대하여 느끼는 사랑에 의해서 신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나타나엘이여,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신이라 불렀고 모든 것을 사랑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것들을 일일이 엮어 내리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 그렇더라도 그대를 먼저 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인간들보다는 많은 사물을 더 좋아하였고, 내가 무엇보다도 지상에서 사랑한 것도 인간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해하지 말라, 나타나엘이여. 내가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가장 강한 것, 그것은 확실히 착함이 아니며 가장 좋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들에게 있어서 특히 내가 존중하는 것도 착함이 아니다. 나타나엘, 인간들보다 그대의 신을 더 사랑하라. 나 역시 신을 찬양할 줄 알았었다. 신을 위하여 나도 송가를 불렀다---그러는 중에는 가끔 지나치게 찬양했다고까지 생각된다.


  [체계를 세우는 것이 자넨 그렇게도 재미가 있는가?]하고 그가 말했다. 내가 대답하기를 [나에겐 윤리처럼 재미있는 것이 없어. 정신의 만족을 거기서 얻을 수 있거든. 윤리를 정신에 결부시키려고 하지 않고는 나는 아무런 기쁨도 맛볼 수가 없어.]

  [그러면 기쁨이 커지는가?]

  [그렇지는 않지만 나의 기쁨이 정당하게 되지.]


  확실히 어떤 주의라든가 정연한 사상의 어떤 완전한 체제가 나 자신에게 나의 행동을 정당화하여 주는 것을 흔히 나는 좋아하였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나의 관능의 도피처로 밖에 생각되지 않기도 하였다.

'Texts and Writings > 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상의 양식(10)  (0) 2010.07.11
지상의 양식(9)  (0) 2010.02.21
지상의 양식(7)  (0) 2010.01.28
지상의 양식(6)  (0) 2009.12.29
지상의 양식(5)  (0) 200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