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그 겨울 아침의 만가

그림자세상 2010. 9. 21. 15:46

그 겨울 아침의 만가

 

                  여 국 현

 

 

유리 하나 사이로

삶과 죽음이 이별을 고한다

 

살아있는 이들의 오열은

유리벽을 넘지 못하고

다른 세상을 향해 돌아누운 침묵은

유리벽 이편으로 또렷하게

삶과 죽음의 거리를 전한다 

 

남아있는 이들은

소리쳐도 보내지 못하고

떠나는 이는

소리도 없이 이별을 고한다

 

남아있는 이들은

소리쳐 잊지 않으려 하나

떠나는 이는 침묵으로

더 생생한 망각의 낙인을 찍는다

 

남아있는 이가

떠나는 이를 위해 눈물을 흘려도

그 눈물은 제 뺨을 적실 뿐

떠나는 이는

그 누구를 위해 눈물 한 점 뿌리지 않아도

남은 이들의 가슴에 마르지 않은

슬픔의 강을 남긴다

 

남아있는 이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다른 크기의 슬픔을 담지만

떠나는 이는

남아있는 이들의 슬픔의 무게를

재려하지 않는다

 

겨울 새벽을 가르며 다달은

얼어붙은 죽음의 빈터

이승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의 여명 속에서

어떤 이는 순간의 아픔으로

어떤 이는 평생의 고통으로

오열하거나 침묵한 채

보내야 하는 이로 인해 떠오른

저마다의 죽음의 순간에 전율하고

저마다의 삶의 무게에 숨 막혀 가슴친다

 

대지에 기표로 불거진 한 세상의 흔적 앞에서

제멋대로 불던 겨울 바람도 머리 조아리고

회색 빛 겨울 해가 때이른 조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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