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여국현
목련은 참,
화사하게 피었다
아프게 집니다
볕들지 않는 길 모퉁이에서
동그랗게 오므린 봉오리가 참한 모습으로
수줍게 반기는가 싶다가도
잠시 잠깐 시간 지나 문득 마주치면
온 몸을 열어 화려한 인사를 건넵니다
화려하나 요란하지 않고
대담하나 건방지지 않고
관능적이나 외설스럽지 않습니다,
목련의 인사는
청춘의 쾌활한 웃음이 아니라
한 고통 한 사랑 다 머금어 안은
단아한 여인의 미소입니다.
그 미소로 밝히는 여기저기 잠깐의 봄이
흐드러져 혼 세상 제것인냥 소리치는
벚꽃의 봄보다
아름답습니다.
모르는 새 바람 함께 한 봄비에
꽃잎 떨어져 빛 바랜 보도 위에 스러져서도
목련은
휘휘날리며 요란떨지 않습니다
조용히 봄과 함께 한
짧은 시간의 흔적이 될 뿐입니다
지는 목련 처연한 모습을 더러
지저분하다 합니다
성가시다 합니다
아니지요
아니지요
처음이자 마지막 속 상처 드러내는
지는 목련의 처연한 모습은,
아픈 가슴 지닌 이들에게
침묵이 외려 더 많은 말을 하듯
고통이 외려 기쁨이 되듯
짧은 기쁨으로 함께 한 봄과의 이별에 대한
단아한 고통의 역설적 인사이지요
목련,
봄을 보내고
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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