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목련

그림자세상 2010. 9. 21. 15:49

목련

 

여국현

 

 

목련은 참,

화사하게 피었다

아프게 집니다

 

볕들지 않는 길 모퉁이에서

동그랗게 오므린 봉오리가 참한 모습으로

수줍게 반기는가 싶다가도

잠시 잠깐 시간 지나 문득 마주치면

온 몸을 열어 화려한 인사를 건넵니다

 

화려하나 요란하지 않고

대담하나 건방지지 않고

관능적이나 외설스럽지 않습니다,

목련의 인사는

청춘의 쾌활한 웃음이 아니라

한 고통 한 사랑 다 머금어 안은

단아한 여인의 미소입니다.

 

그 미소로 밝히는 여기저기 잠깐의 봄이

흐드러져 혼 세상 제것인냥 소리치는

벚꽃의 봄보다

아름답습니다.

 

모르는 새 바람 함께 한 봄비에

꽃잎 떨어져 빛 바랜 보도 위에 스러져서도

목련은

휘휘날리며 요란떨지 않습니다

조용히 봄과 함께 한

짧은 시간의 흔적이 될 뿐입니다

 

지는 목련 처연한 모습을 더러

지저분하다 합니다

성가시다 합니다

아니지요

아니지요

 

처음이자 마지막 속 상처 드러내는

지는 목련의 처연한 모습은,

아픈 가슴 지닌 이들에게

침묵이 외려 더 많은 말을 하듯

고통이 외려 기쁨이 되듯

짧은 기쁨으로 함께 한 봄과의 이별에 대한

단아한 고통의 역설적 인사이지요

 

목련,

봄을 보내고

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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