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이장(移葬) 2

그림자세상 2012. 5. 15. 00:08

이장(移葬) 2

 

할아버지 할머니 묘 합장을 하고

큰아버지 이장 묘까지 뗏장을 다 얹고 난 다음

일하던 분들이 장비를 물리고 자리를 비웠을 때야 겨우

나는 맥주 한 병과 종이컵을 들고

녀석의 무덤으로 갔다

술을 따라 상석에 올리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절을 했다

한참 후 일어나 두 번째 절을 했다

가슴이 울컥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맞은 편 그늘에 축 늘어진 아버지가 보고 계셨다

엄마도 그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이쪽을 보고 계셨다

 

한참을 엎드려 있다 

종이컵에 담긴 맥주를 녀석의 봉분에

이리저리 돌려 부었다

뗏장은 다 죽고 쑥만 무성한 봉분에

맥주는 거품과 소리를 내며 스며들었다

봉분을 한바퀴 빙 돌아 반대편에 앉아

남은 맥주를 들이켰다

 

오후의 햇살은 뜨겁게 쏟아지고

그 햇살 가득 받은 녀석의 무덤 옆 그늘에서

사년을 참았던 울음을

소리없이 쏟았다

 

언덕 위 나무 그늘 아래 앉은 아버지 어머니 숙이가

무덤 뒤에서 보이지 않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상석이 도착하지 않아 이장은 끝나지 않았다

소리없는 내 울음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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