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한강대교를 보며 걷기

그림자세상 2011. 7. 6. 00:28

효사정에서는 나무에 가려 한강대교가 보이지 않았다.

효사정에서 내려와 산책로로 이어진 몇걸음을 걷자 나무 사이로 한강대교가 보였다.

 

 

 

 

이어진 길을 따라 다리 아래도 내려섰다.

강변 길은 어두웠으나 사람들은 많았다.

한참 내린 비로 강물은 불어 있었다.

흙탕물이었다.

그 흙탕물 찰랑이는 다리 아래로는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낚싯대를 여럿 드리운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다리 아래를 지나가면서 잠깐잠깐 멈춰서 다리를 보는 동안

강물이 불어나는 것 같았다.

찰랑찰랑하던 강물이 보행로 위로 슬금슬금 넘어들어오기 시작했다.

낚시를 하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X형, 물이 불어나는 것 같제?" 했다.

어둠 속에서 찰랑대며 보행로를 넘어오려는 물이

강물이 아니라 바닷물이었다면 적잖이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그래봐야 강물일 뿐이었다.

그래도 어둠 속에서 흙탕물이 되어 넘실대며 흐르는 강물과

육중한 철교와 그 철교를 바치고 선 돌다리를 보며 강 아래를 걷는 일이

아까 그 커플들의 일처럼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철교를 바치고 선 돌다리들을 한참 보고 섰었다.

이 돌다리들이 받치고 서서 받아낸 세월의 무게가 얼마이며,

이들을 밟고 지나며 이루어진 역사의 사건들이 또 얼마인 것인가.

돌은 말이 없고 그 사이를 흐르는 강물도 조용하다.

소란스러운 것은 이렇게 보고 선 사람의 마음이요,

여전히 이 위를 분주히 지나며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의 시간일 뿐,

강물과 돌다리는 묵묵히 서 있고 조용히 흐른다.

 

 

조금 더 걸어가자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불어난 강물이 넘쳐 쏟아낸 토사와 흙을 청소하느라 청소차가 막아서 있었다.

 

기다리면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다.

'보행로'라 써진 산책로에 가라는 화살표는 선명한데

보행하는 사람도, 갈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어울리지 않게 [블레이드 러너]의 비 내리던 뒷골목이 떠올랐다.

멀리 노량진 철교가 어둠 속에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참을 서 있다가 어둠 속 왼편 콘크리트 벽 위로 올라

쇠줄이 쳐진 윗쪽 산책로로 나섰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다리 아래로 이어지는 보행로는

불어난 강물에 실려온 토사와 흙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대개 그곳에서 돌아갔다. 

질퍽한 그곳을 비껴 고개를 숙이고 다리 아래를 지나자

맞은편 노량진철교과 여의도쪽이 들어왔다. 

그곳에서도 낚싯대를 여럿 세운 사람이 장화를 신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 가서야 처음으로 한강대교 아치 다섯을 담을 수 있었다.

 

 

왼편으로는 노량진철교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열차가 마주보고 지나가는 불빛을 길게 잡을 때를 제외하면 노량진철교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누전과 전기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 탓인가,

노량진철교에는 한강을 오가는 유람선이나 바지선을 위해서 준비해 둔 것 같은

붉은 등과 파란 등 둘을 제외하면 들이 보이지 않았다.

캄캄 어둠속 노량진철교 아래로 멀리 환하디 환한 원효대교가 보였다.

길도 시간도 더 가기는 허락하지 않았다.

 

늦게 시작한 어제 한강대교 걷기는 여기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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