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lace

비오는 날의 수채화

그림자세상 2011. 7. 4. 01:38

비가 내리다 그치고 바람이 불다 또 멎고

용마산이 물안개로 하얗게 덮힌 모습에

마음에 두었던 곳으로 갔지요.

이른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지난달쯤 이 다리 너머 병원을 지날 때

계단 앞에 장미가 환하게 피어 있었지요.

흠 하나 없는 꽃잎들이 놀랍도록 정갈하게 피어있던,

그러나 담지 못했던, 그날,

병원 뒷길을 돌아나올 때

 마음은 무겁고

몸은 더위로 힘겨웠습니다.

 

다시 찾은 그곳,

오늘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마음은 거꾸로 환했지요.

 

계단을 내려와 바라 본 다리는

구름 위에 걸린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길 위에 높고 높았습니다.

 

아직 켜지지 않은 다리 위 가로등은

그림같은 모습으로 먼 어둠 속을 응시하는

예리한 부엉이의 눈이었습니다.

 

서서히 어스름이 깔리고

사람들의 걸음은 조금씩 빨라지고

다리 위 가로등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부엉이의 눈동자,

시나브로 다가오는 어스름,

어스름 속에 발길 재촉하는 사람들,

한 걸음 떨어져서 그 모두를 지켜볼 수 있는 시간,

잔잔한 기쁨은 그렇게도 오더군요,

 

비오는 날, 한폭의 수채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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