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My first camera - Nikon F2

그림자세상 2011. 6. 30. 17:20

내 생애 첫 카메라.

사진작가이던 조용진 주임이 추천하고 구해준 Nikon F2.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86년,7년 무렵 월급 6-70만원쯤 되었을 때 대충 그 반 이상 되는,

당시로서는 거금을 투자했던 녀석이다.

사실 그때는 잘 몰랐다. 이 녀석 좋은 좋은 줄.

철제 바디의 듬직한 무게는 언제나 손에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잘 못 찍던 내가 찍어도 더러 쨍한 인물 사진들이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봐서

누구 손에 가더라도 제 기능 했었을 녀석이지만 내 손에서 썩 좋은 사진 만들지도 못하면서 있었다.

공부하러 올라 온 뒤로는 아이들 나이들 때 사용한 것 외에는 잘 쓰지도 못하고, 그러다 디카에 밀려났던....

그러나 그 어떤 디카보다도, 그리고 아마 지금 나오는 어떤 수동카메라 보다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니콘 수동 카메라 가운데는 명품에 속하는 녀석이다. 

주인 잘못 만난 죄는 있다^^;;

 

며칠 전 스폰지를 교체하고 렌즈 안의 먼지를 털어달라 맡겼다가 어제 찾았다. 

"카메라가 다른 곳은 깨끗합니다! 예전엔 집 한 채 값이 나갈 때도 있었는데, 이놈."

다소 과장이라는 것은 알지만 다른 곳은 깨끗하다는 말에 기분이 급 좋아졌다.

사실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은 터라 조금 걱정도 되었던 터였다.

재작년인가 사용했더니 화질이 안 좋았다.

필름탓이었을 텐데 괜히 걱정도 했었다.

하여간 받아안고 오는데 기분이 급 업 되었다.

흑백 필름도 한통 장착했다.

위풍당당 내 첫 카메라^^*~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지만 실제 철제 바디의 튼튼함은 왠만한 충격에는 끄떡없을 정도로 견고하다.

무게가 무겁지만 그 무게마저도 장점으로 느껴질 정도로 듬직하다^^*~

 

 

뷰파인더가 있는 헤드 부분은 분리가 된다.

그래서 몸을 숙이지 않고도 다운 뷰가 가능한, 지금으로 말하자면 회전 퓨파인더를 장착한 셈.

그러나 내공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실제 잘 쓸 일은 없었다는....^^;;

 

 

필름 감도와 셔터속도를 연동하여 맞춰 놓은 회전식 속도 조절기와

반누름 기능을 갖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셔터, 필름이 감길 때 소리는 부드럽고

셔터를 누를 때의 감은 적당히 느껴지는 터치감과 함께 자연스럽다.

상단 가운데의 빛 밝기 측정치는 배터리가 다 되어 작동하지 않지만

서비스센터 실장의 말은 작동되어도 틀린 것이 거의 대부분이더라고,

배터리 그냥 빼고 사용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감으로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필름을 다 쓰고 왼쪽 버튼을 누르면 감아 필름을 뺄 때의 느낌 또한 수동카메라만이 주는 즐거움.

어찌 담겼을까, 제대로 찍힌걸까, 현상 인화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 결과가 주는 기대,

그리고 이윽고 사진을 받아들었을 때의 즐거움과 더러 실망감.

디지털 카메라의 편리함은 그 시간이 주는 즐거움을 앗아간 것은 분명하다.  

 

 

올 블랙 바디의 심플하면서도 강고한 느낌은 후면에 더 잘 배어있다.

군더더기 없는 강인한 전사의 근육질 몸매에 우아함이 깃들인 느낌이다.

투박하기보다는 심플하고 단순한듯 하면서도 우아하다.

손에 들었을 때 앰보싱 표면의 질감과 카메라의 양감이 주는 뿌듯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쩌면 나는 이 녀석을 이제서야 제대로 사용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26년이 넘는 긴 시간 가운데 처음 몇년, 그리고 92~96년 까지 아이들 찍었던 몇년,

97년인가 98년인가 대학원 엠티와 또 그 이후 몇번, 그리고 나서는

디지컬 카메라를 본 주인의 무관심으로 대부분을 침묵으로 지낸 녀석.

이 녀석은 어쩌면 내 첫 카메라이자 마지막까지 함께 있을 유일한 카메라가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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