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여섯 편의 영화

그림자세상 2011. 4. 22. 00:38

영화를 봤다.

공교롭다.

주제가 무엇이건

모두 죽음이 삶과 함께 담긴 이야기다.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건 결국 우리 삶의 전부가

앞 뒤로 그 중간으로도 그것일 테니.

또 하나의 공통점.

음악이 가득 담겨온다.

 

[127 시간]

삶은 기적이다.

삶에의 의지는 기적을 가능케 하는 숨결이다.

 

죽음의 입구에서도 유머를 지닐 수 있다는 것, 큰 용기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앞에서 눈물 맺힐 때 조차도 그에게서는 

유머가 보였다. 

마지막을 앞 둔 순간에도 욕망은 작동한다.

그 욕망을 제어할 이성도 제 역할을 멈추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런 것.

 

바위에 낀 자신의 팔을 절단하는 순간, 

죽음은 삶의 손을 들어준다.

얻기 위해 버리는 것은 절실하고 숙연하지만

화면으로 전해지는 그 극한의 고통을 대면하면서도 

마침내 그가 그 협곡을 빠져나가 한 팔을 동여매고

비틀거리며 걸어갈 때

아픔보다 더 큰 위안을

경험한다,

그를 향해서도

또 그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넌픽션의 감동이 주는 힘은 영화 속에서 더 큰 삶을 보게 한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이는 실제 주인공의 모습은

더불어 큰 힘을 얻고 웃음짓게 한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부여잡는 의지는

강하고 경건하다.

살아있음은 

아름답다.

 

 

 

[블랙 스완]

절정의 순간에 죽음을!

 

자신의 극한을 볼 수 있음은 축복이리라,

굳이 예술가가 아니라도.

 

우리를 갉아 먹는 자의식이 있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자의식도 있다.

둘 모두 마음속에서

독도 되고

약이 된다.

 

고통은 내면에 아물지 않는 상채기를 내고

불안은 내면에 치유불가능한 독을 심는다.

하지만 그 고통과 불안이 없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완성은 없다.  

 

고통의 상처가 견딜 수 없이 커져

검은 깃털처럼 맨살을 뚫고 나오고

불안의 독이 온몸에 퍼져

기어이 자신의 마음에 스스로 칼을 들이댈 때

단단하고 견고한 껍질은 깨어지고

스스로를 열어주는 자유가 찾아온다.

그 모든 열정과 고통과 불안과 상처의 끝에서

비로소 마주하는 극한은

하여, 처연하고 아름답고 숭고하다.

 

 

 

[히어 에프터]

죽음과 삶은 같은 길을 나란히 함께 가는 동반자이다.

죽은 이는 살아있는 이가 그리워하는 절실함 만큼

살아있는 이의 삶에 함께 한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자.

대신 삶을 사랑한다고 말하자.

떠나간 이를 그리며 슬픔은 간직하되

함께 했던 순간의 행복이 앞선 기억이 되게 하자.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되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게 하자.

보이지 않는 것에 헛되이 기대를 걸지 말되

보이지 않는 것에 있을지도 모를 희망까지 모두 버리지는 말자.

 

오늘 내가 살아있는 것이 소중한 것은

내 삶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삶 속에

나와 함께 살아있는 모든 이가,

또 함께 했다 떠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더 익스프레스] 

짧은 인생, 긴 아쉬움....

 

또 한 편의 실화.

1961년 흑인 최초로 하인스만 상 수상. 

무패로 자신의 대학을 대학 풋불연맹 우승으로 이끎.

대학 졸업 후 프로팀에 입단하지만 게임은 뛰지 못함.

스물 셋이라는 짧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함.

시라큐스대학의 런닝백,

어니 데이비스(Ernie Davis)의 이야기. 

 

스포츠 영화의 고전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지만

인종차별이 강렬했던 1950~60년대 초반

당시 미국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영화.

 

현장감 있는 미식축구 장면과

어울리는 영화음악만으로도

아쉽지만은 않은 영화. 

 

케이블 태널을 돌리다....우연히...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그의 삶이, 그의 신념이 곧 기적이었다.

 

또 한편의 실화.

넬슨 만델라와 남아공 럭비 대표팀의 이야기.

 

이런 지도자를 지닌 국민은 행복하다.

그의 삶이 곧 기적이었고

그의 믿음이 또 다른 기적을 가능하게 했다.

 

그가 감옥에서 절망의 그림자가 어릴 때마다

가슴에 새겼다는 시,

"Invictus"

 

불굴의 의지도

확고한 신념도

자신이 살아냈을 때

비로소 오롯한 진실이 되고

현실을 바꾸는 기적의 동력이 된다.

 

 

 

[세상의 모든 계절](another year)

내 행복의 울타리는 타인의 불행에 얼만큼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인가.

 

큰 나무 그늘 아래 상처 입은 풀들이 자란다.

큰 나무 그늘은 상처 입은 풀들을 언제까지나 보듬고 어루만져 줄 것 같지만

자신의 뿌리가 곪을 정도로 상처입은 풀들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경계는 분명하다.

타인의 불행에 대한 연민은 

나 자신의 행복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까지만 가능한 것.

감정의 기복도 없이 주변의 상처입은 존재들을 다 보듬어 줄 것 같던

노년의 톰과 제리는 꼭 그만큼 울타리를 열고 닫는다.

그들처럼 살아왔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들만큼 타인의 불행을 감싸줄 수 있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만큼 단호하게 울타리를 닫게 된다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잔잔한 영화의 끝에

가슴이 아팠다.

더할나위 없이 평온한 제리의 시선이

문득 섬뜩하기도 했다.

 

어떤 인생은 평온하고 온화하다.

어떤 인생은 아리고 아프다.

우리는 모두 그 언저리 어디쯤을 걸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갈 것이다.

 

그리고 문득 가슴 한켠이

찌릿하게 아파올 것이다.

 

내가 톰과 제리이더라도

혹은

켄과 로니

메리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