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on everything

김훈, [내 젊은 날의 숲]에서(1)

그림자세상 2010. 11. 28. 14:56

"마음의 일은 말하기 어렵다. 마음의 나라는 멀고 멀어서 자욱하다. 마음의 나라의 노을과 바람과 시간의 질감을 말하기 어렵다..." (11)

 

"...두루미들은 외다리로 서서 부리를 죽지 밑에 감추고 고요했다. 그것들은 땅 위에서 한 뼘 디딜 자리를 겨우 찾아내서 외다리로 서 있었다. 그것들은 존재를 버티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만을 차지했고, 그 위에 모든 하중을 싣고 있었다." (59)

 

 

"그의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러서, 내가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자리에다 나를 주저앉히는 듯했다. 그렇게 낯선 목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마음이 켜를 이루고 결을 이루면 거기에 무늬들이 뒤엉켜서 가늘고 혹은 날카로운 느낌들 사이의 선후관계를 알 수 없게 되는 모양이다." (79)

 

"사진은 꽃과 나무의 생명의 펴정과 질감을 표현하기에는 미흡한데, 그 까닭은 사진의 사실성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실적 기능 때문에 오히려 생명의 사실을 드러내기는 어려운 것이며, 생명의 사실을 그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인간의 시선과 인간의 몸을 통과해나온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80)

 

"숲속의 겨울은 길었다. 쌓인 눈 위에 또 눈이 내려서 추위는 안으로 깊이 익어갔다. 잎이 다 떨어진 바닥에 눈이 쌓여서 나무와 나무 사이가 헐거웠고 그 사이를 바람이 쓸고 갈 때 숲은 마른 소리로 서걱거렸는데, 잎 떨어진 자리마다 나무의 어린눈들이 돋아나서 눈에 덮여 있었다." (85)

 

"식물의 모든 외양은 본질과 관련이 있어. 그 관련을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야." (93) 

 

"검은색만이 흰색을 표현할 수 있었는데, 검은 수채물감을 풀어서 검은색이 사위는 자리에 흰색을 드러내는 것은 흰색 물감을 풀어서 새카만 꽃잎을 그리는 일과 같았다." (142)

 

"기름진 꽃잎이 열리면서 바로 떨어져버리는 그 동시성, 말하자면 절정 안에 이미 추락을 간직하고 있는 그 마주 당기는 무게의 균형과 그 운동태의 긴장..." (143)

 

"숲에서는, 빛이 허술한 자리에서 먼 쪽의 깊이가 들여다보였다." (143)

 

"'느낌을 기록해서 보관하자는 것입니다.' '사진으로 해보시지 그랬어요?' '다 실패했습니다. 오래 삭은 뼈의 내부구조의 느낌이 사진에 담기지 않았어요. 그게 인간의 뼈라는 걸 표현해야 되는데....아마 연필로 그리셔야 될 겁니다."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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