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갔다 들어오는 길,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정거장,
구름에 가렸던 해가 머리를 내밀면서
잠깐 눈이 부셨다.
고개를 떨군 내 발 앞에서
아스팔트에 고인 물에 비친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늘의 해보다
그 지저분한 고인 물에 비친 해가
더 눈부셨다.
쪼그리고 앉았다.
이 햇살이 그 햇살이다.
하늘의 햇살보다 더 눈부셨던
그 햇살....
밀양이 떠올랐다.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은 전도연,
그 앞에 시궁창으로 흘러가는 가는 물,
그 위에 내려앉는 햇살.
밀양,
농밀한 햇살. 이라는 이름의 고장은
지옥불보다 더 뜨거운 고통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마지막에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은 전도연,
그 앞, 물 위에 그저 무심한듯
떨어지는 햇살.
삶의 빛이 강렬한 것은
삶 아닌 그 맞은 편의 어둠이 그만큼 깊은 탓이리라.
어제 나는 아스팔트에 고인 구정물에 떨어지는
이 햇살에 잡혀 버스정거장에 잠깐, 아주 잠깐
쪼그리고 앉았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무엇이 되었건 그 앞에
이렇게 쪼그리고 앉게 하는 시간,
그 시간은,
하여,
더 더욱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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