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쪼그리고 앉다....

그림자세상 2011. 6. 16. 23:50

어제,

나갔다 들어오는 길,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정거장,

 구름에 가렸던 해가 머리를 내밀면서

잠깐 눈이 부셨다.

 

고개를 떨군 내 발 앞에서

아스팔트에 고인 물에 비친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늘의 해보다

그 지저분한 고인 물에 비친 해가

더 눈부셨다.

 

쪼그리고 앉았다.

 

이 햇살이 그 햇살이다.

하늘의 햇살보다 더 눈부셨던

그 햇살....

 

 

 

 밀양이 떠올랐다.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은 전도연,

그 앞에 시궁창으로 흘러가는 가는 물,

그 위에 내려앉는 햇살.

 

밀양,

농밀한 햇살. 이라는 이름의 고장은

지옥불보다 더 뜨거운 고통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마지막에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은 전도연,

그 앞, 물 위에 그저 무심한듯

떨어지는 햇살.

 

삶의 빛이 강렬한 것은

삶 아닌 그 맞은 편의 어둠이 그만큼 깊은 탓이리라.

 

어제 나는 아스팔트에 고인 구정물에 떨어지는

이 햇살에 잡혀 버스정거장에 잠깐, 아주 잠깐

쪼그리고 앉았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무엇이 되었건 그 앞에

이렇게 쪼그리고 앉게 하 시간, 

 

그 시간은,

하여,

더 더욱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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