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자전거 여행-김훈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 안동 하회마을(4)

그림자세상 2010. 12. 6. 00:30

살아 있는 건축 역사관, 봉정사

 

 

봉정사는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 기슭에 있다. 하회 마을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걸린다. 봉정사는 전국의 사찰 중에서 가장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고려 중기에서부터 조선 초기, 중기, 후기에 이르는 각 시대의 건축물들이 저마다 그 시대 양식의 한 전형을 보이며 이 사찰의 경내에 모여 있다. 봉정사는 살아 있는 건축 역사관이라고 할 만하다.

 

 

봉정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고려 중기의 목고 건물인 극락전(국보 15호)이다. 이 극락전은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 나라 최고의 목조 건물인데, 건축 양식으로는 무량수전처럼 장엄하고도 숨막히는 산하의 경치를 눈 아래 깔고 있지는 않다. 그 건축의 질감은 무량수전과 흡사한 점이 없지 않지만, 규모는 무량수전보다 작다. 봉정사 극락전은 고전적인 단순성의 위엄과 힘의 안정감으로 당당하다. 1363년에 이 건물을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건립 연대는 그보다 앞선 고려 중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봉정사 대웅전(보물 55호)은 고려 말, 조선 초의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건물의 구조로써 힘을 드러내보이는 방식은 훨씬 더 표현적이고 장식적인 요소들이 스며들게 된다. 추녀는 지상과 일정한 각도를 이루며 치켜올려진다. 경내의 고금당은 조선 중기의 목조 건물이고 화엄 강당은 조선 후기의 목조 건물이다.

 

 

봉정사는 의상대가의 사찰이다. 신라 후기에 이르러 화엄 종단은 지리산 화엄사를 본산으로 삼는 남악파와 태백산 부석사를 본산으로 삼는 북악파로 양분되었는데, 의상은 부석사를 중심으로 해서 화엄의 교학을 크게 일으켰고, 그의 수려한 제자들과 함께 만은 사찰을 세웠다. 부석사를 세운 의상이 종이로 봉을 만들어 날리고 이 봉이 앉은 곳에 다시 절을 세워 그 이름을 봉정사라 하였다고 한다. 봉정사의 창건 설화로 미루어 봉정사는 부석사와 불가분의 관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