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에서
여국현
아취빛 하늘에 걸린
시간의 고리를 타고 펼쳐져
새들도 비상을 멈춘 고즈녁한 대기를 보듬고
그늘 진 정전 처마에 다소곳이 머물다
살아있는 이들이 발 딛고 선 대지의
티끌 한점까지 남김없이 휘감아 덮은
비칠듯 가리듯 반투명한
은회색 가을 햇살처럼 하늘거리는
침묵의 장막 속에
말 없는 이들의 분주한 수화처럼
소란스럽다
살아있는 이들의 시간과
떠난 이들의 시간이
섞이고 어울려 울리는
소리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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