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종묘에서

그림자세상 2010. 11. 19. 11:56

종묘에서

 

  여국현

 

 

아취빛 하늘에 걸린

시간의 고리를 타고 펼쳐져

새들도 비상을 멈춘 고즈녁한 대기를 보듬고

그늘 진 정전 처마에 다소곳이 머물다

살아있는 이들이 발 딛고 선 대지의

티끌 한점까지 남김없이 휘감아 덮은

비칠듯 가리듯 반투명한

은회색 가을 햇살처럼 하늘거리는

침묵의 장막 속에

말 없는 이들의 분주한 수화처럼

 

소란스럽다

 

살아있는 이들의 시간과

떠난 이들의 시간이

섞이고 어울려 울리는

소리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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