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나무

그림자세상 2010. 11. 19. 02:19

나무

 

여국현

 

 

 

나무가 하늘을 향해

쉼 없이 가지를 뻗는 것은

멈추어 서는 일의 두려움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끝간 데 없는 허공

그 어디도 자신의 길이 아닌 공중으로

구불구불 한걸음씩 그러나 단호하게

가지를 뻗어 자신의 길을 내는 것은 

그처럼 멈춤 없이 가는 것만이

허공의 무게에 꺾여

세월의 바람에 흔들려

추락하지 않는 길임을

나무는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깊고 오랜 시간이 흐르는 대지에

옹골지게 뿌리내린 나무는

천 년의 바람에 흔들려도

두려움 없이 자라고 싹 틔우는 법

 

대지를 확고하게 움켜 쥔 뿌리는

결코 뽑히지 않을 신념

허공을 단호하게 가로질러 오르는 가지는 

결단코 멈추지 않을 희망

확고하고 옹골지게 밑으로 뻗는 신념의 뿌리와

단호하고 두려움 없이 위를 향하는 희망의 가지

그 사이

쓰러지지 않을 강인함으로 켜켜이 쌓인

시간의 각질들이 겹겹이다

 

어둠이 내리는 고궁의 하늘 가득  

천 년을 버티고 또 천 년을 버텨갈 

나무들의 신념과 희망이

빼곡하게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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