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환기

그림자세상 2010. 12. 9. 21:50

환기

 

여국현

 

 

산간지방에 폭설이 내리고

은회색 구름 사이 새벽 햇살이

밤 사이 얼어 붙은 아파트 지붕 위

눈에 부딪혀 반짝이는 아침 

 

환기를 한다

 

안방 작은방 문간방 대문까지

문이란 문은 남김 없이 활짝 열고

갇혔던 공기를 놓아준다 

거실 베란다 부엌 내방까지

창이란 창 끝까지 모두 밀어 열고

막혔던 공기를 받아들인다

 

계통없이 와락 밀려드는 서늘한 바람과

우왕좌왕 두서없이 빠져나가는 눅눅한 공기가

열린 창과 문 밖에서 부딪혀 뒤엉킨다

 

등과 어깨에 덮혔던

시간의 이끼를 툴툴 털어

나가는 공기에 얹어 보내고  

들어오는 차고 서늘한 바람에

맨 손과 맨 발을 씻는다

 

시간의 더깨 털어낸 등 어깨

딱지 떨어진 빈 살갗 아리고

맨살로 바람에 쓸리는 발과 손

마디마디 에이고 시리다

 

방안의 공기 한 번 들고나는 일이

이렇듯 온 몸을 아리고 시리게 하는데

마음의 기운 들고남은!

 

지붕 위 쌓였던 눈

바람에 쓸리는 겨울 아침

온 방문 온 창문 다 열고

환기를 한다

 

마음도 같이

열고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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