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여국현
산간지방에 폭설이 내리고
은회색 구름 사이 새벽 햇살이
밤 사이 얼어 붙은 아파트 지붕 위
눈에 부딪혀 반짝이는 아침
환기를 한다
안방 작은방 문간방 대문까지
문이란 문은 남김 없이 활짝 열고
갇혔던 공기를 놓아준다
거실 베란다 부엌 내방까지
창이란 창 끝까지 모두 밀어 열고
막혔던 공기를 받아들인다
계통없이 와락 밀려드는 서늘한 바람과
우왕좌왕 두서없이 빠져나가는 눅눅한 공기가
열린 창과 문 밖에서 부딪혀 뒤엉킨다
등과 어깨에 덮혔던
시간의 이끼를 툴툴 털어
나가는 공기에 얹어 보내고
들어오는 차고 서늘한 바람에
맨 손과 맨 발을 씻는다
시간의 더깨 털어낸 등 어깨
딱지 떨어진 빈 살갗 아리고
맨살로 바람에 쓸리는 발과 손
마디마디 에이고 시리다
방안의 공기 한 번 들고나는 일이
이렇듯 온 몸을 아리고 시리게 하는데
마음의 기운 들고남은!
지붕 위 쌓였던 눈
바람에 쓸리는 겨울 아침
온 방문 온 창문 다 열고
환기를 한다
마음도 같이
열고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