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엄마의 오른쪽 어깨

그림자세상 2010. 11. 14. 11:56

엄마의 오른쪽 어깨

 

               여 국 현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전화를 안 했나

태현이가 생전 안 보이더만

요상스리 꿈에 안 왔나

삼부자가 나란히 앉아 자전거를 고치더라꼬

작업복을 입고 카더니

추석에 남은 튀김을 데와줬드만

문간에서 서서 먹더라꼬 그러디만

이래 먹어도 되요 카고는 마 안 가나

마 더는 말도 없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래 하도 맘이 뒤숭숭해서 전활 안 했나

별일 없고

아아들은 학교 잘 댕기고

아들도 별일 없제

애미도 괜찮고

 

엄마는 조심스레

꿈에 본 태현이 얘기를 했다

 

엄마의 오른쪽 폐

하얗던 부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잦았던 기침과 가래도 사라졌지만

두 달 후 진료 예약을 하고 나서는

엄마의 오른쪽 어깨가 기울어있었다

엄마는

글쎄 자꾸 어깨가 결려서, 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아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엄마의

오른쪽 어깨 위에

무뚝뚝하고 멋적은 표정의 태현이가

창밖의 나를 바라보며 

걱정하지마

손짓하고 있었다

 

정류장을 빠져나가는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엄마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오랫동안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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