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그 사내, 셀카를 찍다

그림자세상 2010. 10. 18. 23:44

그 사내, 셀카를 찍다

 

                    여 국 현

 

 

마지막 지하철을 기다리는 환승역

한 사내가 구석 동그란 조망경 앞에서

비틀거리며 거울을 본다

 

지친 노동의 뒷자리

소주 한 잔의 취기가

사내의 결기를 무장해제해 놓았다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으로

뚫어지게 거울을 쳐다보던 사내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거울을 등지고 돌아서

얼짱 각도로 셀카를 찍는다

 

찍고 또 찍고

비틀거리는 몸이

선로 옆에서 위태로워 보여도

사내는

거울을 보고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다시 여러 장의 셀카를 찍는다

마지막 지하철은 들어올 기척도 없고

사내의 사진도 끝나지 않는다

 

사내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찍어도 찍어도 나타나지 않는

자신의 그 모습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 지하철을 기다리는 환승역

기다리던 막차는 들어오지 않고

사내는 비틀거리며

셀카를 찍고 있었다

 

사내는 찾았을까

어디쯤에서

거울 속에서 힐끔 보았을 

보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혹은,

오늘도 그 사내

어느 지하철 환승역에서

소주 한 잔의 취기에 비틀거리며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다

보이지 않는 자신을 찾아

셀카를 찍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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