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 셀카를 찍다
여 국 현
마지막 지하철을 기다리는 환승역
한 사내가 구석 동그란 조망경 앞에서
비틀거리며 거울을 본다
지친 노동의 뒷자리
소주 한 잔의 취기가
사내의 결기를 무장해제해 놓았다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으로
뚫어지게 거울을 쳐다보던 사내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거울을 등지고 돌아서
얼짱 각도로 셀카를 찍는다
찍고 또 찍고
비틀거리는 몸이
선로 옆에서 위태로워 보여도
사내는
거울을 보고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다시 여러 장의 셀카를 찍는다
마지막 지하철은 들어올 기척도 없고
사내의 사진도 끝나지 않는다
사내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찍어도 찍어도 나타나지 않는
자신의 그 모습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 지하철을 기다리는 환승역
기다리던 막차는 들어오지 않고
사내는 비틀거리며
셀카를 찍고 있었다
사내는 찾았을까
어디쯤에서
거울 속에서 힐끔 보았을
보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혹은,
오늘도 그 사내
어느 지하철 환승역에서
소주 한 잔의 취기에 비틀거리며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다
보이지 않는 자신을 찾아
셀카를 찍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