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사랑 3 - 그대

그림자세상 2010. 10. 11. 01:48

사랑 3 - 그대

 

여 국 현 

 

 

내 글

내 목소리에 담겨

내 마음이 가는 사람

 

내 길

내 걸음

내 시간을 함께 걸어

내 마음에 안기는 사람

 

겨울 신 새벽 산등성 위로 말갛게 동틀 때 

얼굴 가득 환한 웃음과 함께 떠오르는 사람

여름 저녁 구름 가득 번지는 진홍빛 석양 너머

홍시 빛 아득한 미소와 함께 가라앉는 사람

낙엽 떨군 앙상한 가을 나무 잔가지 사이 서늘한 바람 몰아칠 때

날카로운 바늘의 일침으로 마음 한켠 예리한 상처 남기며 스치는 사람

무수히 산란하는 단풍나무 사이 예각의 햇살 비처럼 나릴 때

노랗고 빨갛게 물든 가슴속에 비수처럼 꽂혀오는 사람

고요히 흐르는 섬강 어둔 강물에 달빛 실려 흘러갈 때

맞은 편 하늘 흐릿한 구름 속으로 눈 흘기며 비껴가는 사람

물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철교를 건널 때

먼 바다를 날아 강으로 귀환하는 철새처럼 

내 마음속 강에 가만히 내려앉는 사람

어둠도 덜 가신 새벽 버스 창가에 기대 잠 쏟아져 내릴 때

예고도 없이 새벽하늘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별똥별처럼

내 얕고 불안한 꿈길을 헤치고 걸어 들어오는 사람  

안개 자욱한 흐릿한 오후의 몽롱함에 마음마저 흐려질 때

무인등대의 불빛처럼 혹은 연안선의 무적처럼 

길 잃고 헤매는 먹먹한 마음길 터주는 사람

 

걷고 쉬는 길 위의

온 시간 함께 하는 사람

눈 뜨고 감는 마음속 

모든 시간 가득한 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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