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담쟁이와 벽

그림자세상 2010. 10. 28. 08:01

담쟁이와 벽

 

       여국현

 

 

나 없으면 외로울까

빈틈 없이 그대 끌어 안고 오른다

나 없으면 그대 맨 가슴

찬 바람에 쓰릴까

온몸으로 그대 감싸 안고 오른다

그대는 나를 가로막는 절망이 아니다

그대는 나를 지탱하고 인도하는 희망이다

나 그대 넘기 위해 힘들게 기어오르는 것 아니다

나 그대 품기 위해 온몸으로 기쁘게 춤추는 것이다

그대는 내 춤의 화폭이요

나는 그대 영혼의 그림자다

  

나 없으면 그대 저리 오를 수 없을 것이기에

앙상한 내 가슴마저 다 내어준다 

나 없으면 모진 바람에 뿌리마저 뽑힐 것이기에

꼭 움켜쥔 그대 손길에 뻘겋게 핏발 돋도록 

내 하얀 속살까지 다 내맡긴다

그대는 내게 기대 춤추고

나는 그대를 안고 노래한다

 

그대는 내 노래에 춤추며 올라 새 세상을 보고

그대는 내 춤의 그림자로 새 그림을 그린다 

그대로 인해 나는 끊임없는 희망의 걸음을 걷고

그대로 인해 나는 한 없는 절망을 잊고 굳건하다 

 

우리는 따로 서지 않는다

우리는 따로 기대지 않는다

우리는 따로 품고 따로 안기지 않는다

우리는 따로 노래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따로 춤추지 않는다

 

우리는 함께 서고

우리는 함께 기대고

우리는 함께 품고 함께 안긴다

우리는 함께 노래 부르고

우리는 함께 춤추며

우리는 함께 그림을 그린다

 

함께 서고

함께 기대고

함께 품고 함께 안겨

함께 노래 부르고

함께 춤추고

함께 그림 그리며

함께 가는 우리

사랑이다

 

가을 햇살 하얗게 튕기는

강변도로 방음벽

담쟁이와 벽의 속삭임

햇살 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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