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여 국 현
형님 접니더
늦었지요 주무셨능교
아직 안 자지예
한 잔 하이 형님 생각나서
그냥 안 걸었능교
아따 마 형님 보기 참 힘드네예
잘 계시능교
별일은 없는기지예
추석은 잘 지내셨능교
아버님 할머님 산소 다녀왔는데
같이 가싰시만 좋았을 것을
날씨가 좋아서 괜찮았심더
바쁘마 마 할 수 없는기지예
담에는 같이 가입시더
뭐 기냥기냥 지내지요
사는 게 마 다 그러네예
아아들이야 잘 있지예
크기사 마 잘 크지마는 아무래도
지들 엄마 빈 자리가 크지 않겠능교
아들 놈은 아따 고집이 얼마나 쎈지
말도 못합니더
그래도 형님은 딸만 둘이라 조용하지예
지도 마 요새는 쪼매 힘드구마요
그래도 우짜겠능교
사는 건 살아야 안 되겠능교
그런가요 그라고 보이
지가 형님께 첨 전화 드리나봅니더
아따 형님도 전화 한번 주시제
아니 뭐 그냥 형님 생각이 나서
예 별일 있는 거 아니고요 그냥
뭐 이제 제가 가끔씩 전화 하꾸마요
예 잘 지내시고요
언제 함 안 내려오능교
내려오시마 연락주시소 보입시더
앞으로 형님 쪼매 괴로울 깁니다
지가요 쫌 성가시게 하거든요 하하
형수님께도 안부전해 주시고
예 그라마 그만 들어갈랍니더
잘 주무시고 건강 살피시소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수화기 너머로 들리곤 하던
허허 실없는 웃음소리가 아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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