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전화

그림자세상 2010. 10. 17. 00:58

전화

 

여 국 현

 

 

형님 접니더

늦었지요 주무셨능교

아직 안 자지예

한 잔 하이 형님 생각나서

그냥 안 걸었능교

아따 마 형님 보기 참 힘드네예

잘 계시능교

별일은 없는기지예

추석은 잘 지내셨능교

아버님 할머님 산소 다녀왔는데

같이 가싰시만 좋았을 것을

날씨가 좋아서 괜찮았심더

바쁘마 마 할 수 없는기지예

담에는 같이 가입시더 

뭐 기냥기냥 지내지요

사는 게 마 다 그러네예

아아들이야 잘 있지예

크기사 마 잘 크지마는 아무래도

지들 엄마 빈 자리가 크지 않겠능교

아들 놈은 아따 고집이 얼마나 쎈지

말도 못합니더

그래도 형님은 딸만 둘이라 조용하지예

지도 마 요새는 쪼매 힘드구마요

그래도 우짜겠능교

사는 건 살아야 안 되겠능교

그런가요 그라고 보이

지가 형님께 첨 전화 드리나봅니더

아따 형님도 전화 한번 주시제

아니 뭐 그냥 형님 생각이 나서

예 별일 있는 거 아니고요 그냥

뭐 이제 제가 가끔씩 전화 하꾸마요

예 잘 지내시고요

언제 함 안 내려오능교

내려오시마 연락주시소 보입시더

앞으로 형님 쪼매 괴로울 깁니다

지가요 쫌 성가시게 하거든요 하하

형수님께도 안부전해 주시고

예 그라마 그만 들어갈랍니더

잘 주무시고 건강 살피시소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수화기 너머로 들리곤 하던

허허 실없는 웃음소리가 아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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