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두물머리 3

그림자세상 2010. 10. 3. 22:23

두물머리 3

 

여 국 현

 

 

가만히 소리내어 울고 싶을 때면

새벽 강 고요히 흐르는 두물머리로 가자

 

안개 자욱한 동녘 여명의 하늘과

구름 가득 덮고 누운 남북의 넉넉한 강물이

든든한 천년 고목 가지에 마주 앉아

우리 쳐진 어깨 말없이 보듬어 주고

속울음 가득한 가슴 가만히 안아주리니 

 

내남 없이 우리 모두 어느 하루

가장 가까운 이에게도 보이지 못할

깊은 속울음 울지 않는 날이 있을까마는

홀로 견뎌야 할 슬픔이 견딜 수 없이 밀려오고 

누구에게도 말 못할 아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져

기어이 소리내어 울고 싶은 때도 있는 것이다

기어이 소리내어 울고 싶은 날도 있는 것이다

 

강물이라고 울지 않겠는가

하늘이라고 울지 않겠는가

더러 밤이고 새벽이고 한결같이 

어둡고 밝은 달 아래 올곧이 홀로 서서

바람 따라 흩날리는 머리 풀어헤치고

깊은 울음 삼켜 왔을 천년 고목

우리들 울음의 속내 모르겠는가

 

안개 걷히고 말갛게 해 돋을 때까지 

하늘과 강물과 나무와 손 맞잡고 앉아

마음속 뿌연 안개 걷히고 

먹먹했던 명치 끝 서늘해 질 때까지

나무처럼 머리 풀고 허허로운 가슴 꺼내 

흐르는 강물에 말없이 풀어놓자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 가에 

아픈 마음 가만히 걸어두고 눈을 감자

 

하늘에서 일어 강물 위를 지나 

천년 고목 가지 휘감아 돈 바람이 

우리 얼굴과 손을 어루만지고

가슴과 어깨를 보듬어 안으며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는 소리가 들리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강 깊은 곳에서

사는게다 사는게다 

속삭이는 강물 소리 들릴 때까지

 

가만히 소리내어 울고 싶을 때면

새벽 강 고요히 흐르는 두물머리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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