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아카시아

그림자세상 2010. 9. 21. 15:03

아카시아

  

          여 국 현

 

이맘때 쯤이면 마을은 온통

아카시아 향기로 둘러 싸여

사람들의 숨 속에서도 아카시아 냄새가 났다

사택 앞 하나뿐인 최씨네 이발소는

아카시아 나무에 덮혀 보이지도 않고

사람들은 아카시아 숲속에서 나와

아카시아 숲속으로 들어갔다

신나는 건 아이들이었다

유난히도 억센 아카시아 나무에

오르지 말라고 아무리 타일러도

한웅큼씩 따서 먹는 사근사근한 아카시아가

매일 먹는 보리밥보다 감자국보다

훨씬 맛있었던 아이들은

쌀밥처럼 하얗게 달린 아카시아를

배가 부르도록 따먹으며 어두워질 때까지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놀았다

밤이면 아카시아 향기는 더욱 짙어져

안개처럼 마을을 뒤덮고

몇 안남은 젊은이들의 잠들지 못한 한숨 소리가

아카시아 향기보다 더 짙게

마을을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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