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poems

우리 사랑은

그림자세상 2010. 9. 21. 15:07

우리 사랑은

 

    여 국 현

 

 

우리 사랑은

새벽 강 명징한 물소리와 함께 자랐지요

키 작은 갈대숲이 그리움처럼 누워있는 강 어귀

한 무리의 물새들이 깃을 치며 날아오르고

강을 가로지르는 낡은 철교 위로

긴 기적을 울리며 새벽기차가 달려 갈 때

그대 내 이마에

수줍게 입맞추었지요

아침 햇살은

강 둑 플라타너스 잎 위에서 춤추고

하늘이 투명하게 가라앉은 강

가장 깊은 곳에도 잔물결이 일었습니다

어두운 바다를 힘차게 가로질러

가장 먼저 달려온 바람이

그대의 빛나는 목덜미에

은빛으로 내려앉을 때

나는 새벽 강 가장 깊은 곳에

우리의 첫 새벽을 선명하게

각인해 놓았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물새들의 힘찬 비상이

그대의 머리 위에서 빛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새벽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늘도 나는

새벽 강을 건너며

강 깊은 곳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대를 봅니다

투명하게 빛나는

우리 사랑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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