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works

레이먼드 카버 - 대성당(4)

그림자세상 2010. 8. 16. 01:34

나는 술을, 물을 조금 탄 석 잔의 스카치위스키를 준비했다. 그리고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로버트의 여행에 대해 얘기했다. 먼저 서해안에서 코네티컷까지 기나긴 비행기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다음에는 코네티컷에서 여기까지 오는 기차 여행. 우리는 한 잔씩 술을 더 마시며 그 여정에 대해 들었다.

 

언젠가 나는 맹인들은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의 결론에 따르면 내뿜는 연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란다. 겨우 그 정도, 맹인에 대해서는 겨우 그 정도밖에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맹인은 꽁초가 될 때까지 담배를 피우고는 남은 불로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맹인이 재떨이를 다 채우자, 아내가 그걸 비웠다.

 

저녁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을 때, 우리는 술을 한 잔씩 더 마셨다. 아내는 로버트의 접시에 큐브 스테이크, 스캘럽 포테이토, 초록콩을 쌓아놓았다. 나는 그를 위해 빵 두 조각에 버터를 발랐다. "여기 버터 바른 빵이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술을 조금 들이켰다. "이제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내가 말했고 맹인은 고개를 숙였다. 아내는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바라봤다. "식사하는 동안 전화벨이 울리지 않게 하옵시고 음식이 식지 않게 하옵소서." 나는 말했다.

 

우리는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식탁 위에 있는 걸 다 먹었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먹어치웠다.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먹었다. 우리는 게걸스럽게 해치웠다. 우리는 그 식탁을 하염없이 뜯어먹었다. 우리는 심각하게 먹었다. 맹인은 자기 음식으로 곧장 손을 뻗었다. 그는 자기 접시 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나이프와 포크로 고기를 다루는 걸 경애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는 고기를 두 조각으로 잘라 포크로 찍어 입에 가져간 뒤, 순서대로 스켈러 포테이토와 콩으로 옮겼고 그다음에는 버터 바른 빵을 한 조각 뜯어내 그걸 먹었다. 그러고는 유유 큰 컵을 마셨다. 한 번쯤 손가락을 사용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우리는 딸리 파이 반을 포함해서 모든 걸 다 먹어치웠다. 잠시 우리는 넋이 빠진 것처럼 앉아 있었다. 얼굴에 땀이 맺혔다. 이윽고 우리는 지저분해진 접시를 놔둔 채 식탁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우리는 거실로 걸어가 아까 그 자리에 몸을 파묻었다. 로버트와 아내는 소파에 앉았다. 나는 큰 의자를 차지했다. 우리가 두세 잔의 술을 더 마시는 동안 두 사람은 지난 십 년 동안 자신들에게 일어난 큰 일들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대개 가만히 듣기만 했다. 가끔씩 나도 끼어들었다. 내가 방을 떠났으리라고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게 싫었고, 아내가 내가 소외됐다고 느끼는 것도 싫었다. 그들은 지난 십 년 간 그들에게--그들에게!--일어난 일들을 얘기했다. 나는 아내의 달콤한 입술에서 내 이름이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우리 남편이 등장한 거죠", 뭐 그런 얘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로버트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았다. 로버트는 손재주 많은 맹인처럼 거의 모든 일을 조금씩 해본 것 같았다. 하지만 제일 최근에 그와 그의 아내가 한 일은 암웨이 판매대행업으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 일로 많은 돈을 번 것은 아니었지만 생계는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맹인은 아마추어 무선기사이기도 했다. 그는 예의 그 큰 목소리로 괌, 필리핀, 알래스카, 심지어 타히티에 있는 다른 아마추어 무선기사들과 교신한 내용에 대해 말했다. 그에게는 친구가 많았기 때문에 가고자 하면 얼마든지 그곳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이따끔 그는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고 손으로 턱수염을 매만지며 내게 뭔가 묻곤 했다. 지금의 직장에 다닌 지는 얼마나? (십 년) 하는 일은 마음에 드는가? (아니오.) 계속 다닐 생각인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게 있나?) 마침내 그의 기력이 다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텔레비젼을 켰다.

 

아내가 짜증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맹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버트, 집에 텔레비젼이 있나요?"

"그럼, 두 대나 있는걸. 컬러텔레비젼하고 고묵딱지 같은 흑백텔레비젼. 웃긴 일이지만, 텔레비젼을 켤 때는 항상 켜는 게 말이지, 컬러텔레비젼이야.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아?" 맹인이 말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할 말이 없었다. 견해 없음. 그래서 나는 뉴스를 바라보며 앵커가 말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건 컬러텔레비젼이야." 맹인이 말했다. "어떻게 아느냐고 묻지는 마. 그냥 아는거야."

"얼마 전에 좀 좋은 걸로 바꿨어요." 내가 말했다.

맹인은 술을 한 모금 맛봤다. 그는 손으로 턱수염을 잡아당겨서 냄새를 맡아본 뒤, 다시 내렸다. 그는 소파 앞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는 다탁 위에 있는 재떨이의 위치를 알아낸 뒤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꼬았다.

 

아내는 입을 가리더니 하품을 했다. 그녀는 기지개를 폈다.  

"위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올게요." 그녀가 말했다.

"지금도 편안해." 맹인이 말했다.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편안해." 맹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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