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works

레이먼트 카버 - 대성당(5)

그림자세상 2010. 8. 16. 03:02

그녀가 사라진 뒤, 그와 나는 일기예보에 이어 스포츠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쯤엔 그녀가 올라간 지도 꽤 됐기 때문에 그녀가 다시 올 건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아마 잠들어버린 모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가 다시 내려오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 혼자서 맹인과 함께 있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에게 술을 한 잔 더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물론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에게 같이 약을 피워보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막 대마를 하나 말았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으나 내킨다면 금방 그렇게 할 작정이었다.

"나도 한번 피워보겠네." 그가 말했다.

"좋아요." 내가 말했다. "안 하면 손해죠."

나는 굴을 가져온 뒤, 그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마리화나를 굵게 두 개 말았다. 나는 하나에 불을 붙인 뒤 건넸다. 그리고 마리화나를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줬다. 그는 그걸 잡고 한 모금 들이마셨다.

"가능한 오래 머금고 계세요." 내가 말했다. 그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게 분명했다.

아내가 분홍색 실내복과 분홍색 슬리퍼를 신고 아래로 내려왔다.

"이게 무슨 냄새야?" 그녀가 말했다.

"대마를 좀 피운 거지." 내가 말했다.

아내는 나를 향해 성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맹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버트, 마리화나를 피우는 줄은 몰랐어요."

"이제부터 피우는 거지. 모든 일에는 처음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별 느낌이 없네." 그가 말했다.

"이건 부드러운 거죠." 내가 말했다. "약한 거예요. 이 정도 약은 괜찮을 테니까." 내가 말했다. "이상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이상할 것 하나도 없구먼, 젊은 양반." 그는 이렇게 말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는 맹인과 나 사이에 앉았다. 나는 그녀에게 마리화나를 건넸다. 그녀는 손에 들고 한 모금 빤 뒤 내게 돌려줬다. "이거 어느 쪽으로 돌리는 중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
이거 피우면 안 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서 참을 수가 없어.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봐. 그렇게 많이 먹는 게 아니었는데"라고 말했다.

"딸기 파이 때문이지." 맹인이 말했다. "그 때문이야"라고 말하더니, 그는 소리 높여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딸기 파이 더 남았어." 내가 말했다.

"더 드실래요, 로버트?" 아내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그가 말했다.

우리는 텔레비젼을 지켜봤다. 아내는 다시 하품을 했다. "침대를 정리해놓았으니까 내키실 때 주무시면 돼요. 로버트. 오늘 정말 긴 하루였을 거예요. 주무시고 싶을 때 얘기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는 그의 팔을 당겼다. "로버트?"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어. 이게 테이프보다 낫구먼. 그렇지 않아?" 그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나는 "차례가 돌아왔어요"라고 말하고 그의 손가락에 마리화나를 끼웠다. 그는 연기를 빨아들이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내뿜었다. 아홉 살 시절부터 하던 일인 양 능숙했다.

"고맙네, 젊은 양반." 그가 말했다. "그런데 이거 나한테는 정말 좋구먼. 느낌이 오는 것 같아." 그가 말했다. 그는 불붙은 마리화나를 아내에게 내밀었다.

"마찬가지예요." 그녀가 말했다. "이하동문, 나도 그래요." 그녀는 꽁초를 빨아들인 뒤, 내게 건넸다. "여기 두 사람 사이에 눈 감고 잠깐만 앉아 있을게요. 그래도 괜찮겠죠? 두 분 다 말이에요. 혹시 불편하다면 말하세요. 그렇지 않다면 두 분께서 잠자로 갈 때까지만 역디서 잠깐 눈만 감고 있을게요." 그녀는 말했다. "침대는 정리해놓았어요, 로버트. 자고 싶으면 언제든지. 계단 맨 위에, 우리 방 바로 옆방이에요. 주무실 때가 되면 보여드릴게요. 혹시 제가 잠들면 깨워주세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눈을 감고 잠들었다.

 

뉴스가 끝났다. 나는 일어나 채널을 돌리고 왔다.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내가 잠들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소파에 머리를 대고 잠들었다. 그녀가 몸을 뒤척이자 실내복이 다리에서 미끄러져 탐스러운 허벅지가 드러났다. 나는 실내복으로 그녀의 다리를 가리려다가 그만 그 맹인을 보게 됐다. 알 게 뭐람! 나는 실내복 자락을 뿌리쳤다.

"딸기 파이를 더 드시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내가 말했다.

"힘드신가요? 침실까지 모시고 갈까요? 주무실 준비사 됐나요?" 내가 말했다.

"아직 괜찮네." 그가 말했다. "아직 자네와 좀더 함께 있고 싶어. 젊은 양반. 괜찮다면 말이야. 자네가 잘 때까지 나도 안 잘거라네. 우리는 서로 얘기할 기회가 없었어. 무슨 소린지 알겠나? 이 사라과 내가 오늘 저녁을 세냔 것 같단 말일세." 그는 턱수염을 한 번 위로 쓰다듬었다가 놓았다.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같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사실이 그랬다. 매일 밤 나는 마약을 피운 뒤 가능한 한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잠들곤 했다. 아내와 내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든 적은 거의 없었다. 잠자리에 들 때면 나는 여러 꿈들을 꾼다. 때로 그런 꿈을 꾸다가 깨어날 때면 마음이 미칠 것만 같았다.  

텔레비젼에서는 교회와 중세에 관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나는 다른 게 보고 싶었다. 나는 채널을 돌렸다. 하지만 다른 체널에도 별다른 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 채널로 돌린 뒤 사과했다.

"젊은 양반, 다 괜찮네." 그 맹인이 말했다. "난 아주 좋아. 자네가 뭘 보든지 상관없어. 나는 항상 뭔가를 배우니까. 배우는 일은 끝이 없어. 오늘밤에도 내가 뭘 좀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내겐 귀가 있으니까."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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