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works

레이먼드 카버 - 대성당(1)

그림자세상 2010. 8. 15. 23:06

그 맹인, 아내의 오랜 친구인 그가 하룻밤 묵기 위해 찾아오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죽었다. 때문에 그는 코네티컷에 사는, 죽은 아내의 친척을 방문했다. 그 친척집에서 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속이 잡혔다. 그가 다섯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오면, 아내는 역에서 그를 만날 예정이었다. 십 년 전 여름, 시애틀에서 그를 위해 일한 뒤로 그녀는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와 맹인은 계속 연락하고 있었다. 그들은 녹음한 테이프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의 방문이 별로 답갑지 않았다. 나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앞읖 보지 못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렸다. 맹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순전히 영화에서 온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맹인들은 천천히 움직이고 절대로 웃지 않는다. 때로 그들은 맹인 안내견을 따라가기도 했다. 내 집 안에 맹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시애틀에서 보낸 그 여름에 그녀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그녀에게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그 여름이 끝나기 전에 그녀와 결혼하기로 돼 있던 남자는 사관양성학교에 있었다. 그 역시 한 푼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그녀를 사랑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 그녀는 신문에서 다음과 같은 걸 읽게 됐다. '도움 구함--맹인에게 책 읽어주는 일'과 전화번호. 그녀는 전화한 뒤에 찾아갔고, 그 자리에서 일을 구했다. 그녀는 여름 내내 이 맹인을 위해 일했다. 그녀는 사례연구, 보고서 갚은 것들을 그에게 읽어 줬다. 그녀는 카운티의 복지 부서에 있던 그의 작은 사무실의 운용을 도왔다. 그들은 좋은 친구가 됐다. 그러니까 아내와 그 맹인은. 나는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는가? 그녀가 내게 말해줬다. 또다른 이야기들도 들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마지막 날, 그 맹인은 그녀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승낙했다. 그녀는 내게 그가 손가락으로 얼굴의 모든 부분을, 코를 만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목까지도! 그녀는 그 일을 절대 잊지 못했다. 심지어는 그 일에 관한 시까지 쓰려고 했다. 그녀는 항상 시를 쓰려고 한다. 그녀는 일 년에 한두 편의 시를 쓰는데, 대개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일어난 뒤에 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서로 사귀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내게 그 시를 보여줬다. 그녀는 시에 그의 손가락에 대해, 자신의 올굴 위로 그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해 회상해놓았다. 시에는 그 맹인이 그녀의 입과 입술을 만졌을 때, 자신의 느낌이 어떠했으며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들이 흘러갔는지 써놓았다. 내가 변변찮은 시라고 생각했다는 것만은 기억난다. 물론 그걸 말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시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뭘 읽으려고 할 때 내가 시집을 펼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만은 인정한다.

 

어쨌든 남자로서 처음으로 그녀를 사랑한 그 남자, 그러니까 사관후보생은 어린 시절부터 연인이었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 말은 그 맹인이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던 그해 여름이 끝난 뒤, 그녀는 맹인과 헤어져 어린 시절의 연인과 결혼했다는 이야기, 또 그 사람이 소위로 임관하면서 시애틀을 떠나게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은 연락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니까 그녀와 맹인 말이다. 한 일 년 쯤 지났을 때 그녀가 처음으로 연락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앨라바마에 있던 공군기지에서 그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통화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통화했다. 그는 그녀에게 어떻게 살아가는지 테이프에 녹음해 보내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했다. 그녀는 테이프를 보냈다. 테이프에다가 그녀는 그녀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와 남편과 함께 군에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 말했다. 그녀는 맹인에게 남편을 사랑하긴 하지만 자신들이 갈아가는 곳도 마음에 들지 않고 남편이 군사산업의 일원이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맹인에게 그의 야기가 담긴 시를 한 편 썼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공군 장교의 아내로 살아가는 일에 관해 시를 한 편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다 쓰지 못한 시였다. 계속 쓰고 있는 중이었다. 맹인도 테이프에 녹음했다. 그는 테이프를 보내왔다. 그녀도 테이프에 녹음했다. 여러 해 이런 일이 계속됐다. 내 아내의 전남편인 장교는 여러 기지로 전근했다. 그녀는 무디 공군기지, 맥과이어, 멕코넬 등지에서 테이프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테이프를 보낸 곳은 새크라멘토 근처의 트래스비였다. 거기서 그녀는 어느 밤 그렇게 옮겨다니는 생활로 인해 연락이 끊어진 사람들 곁에서 이제 완전히 떨어졌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끼게 됐다. 이제는 단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악품 선반으로 가서 거기에 있는 모든 알약과 캡슐을 삼킨 뒤, 진 한 병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들어가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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