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My essay-to remember the past

그라운드의 빛과 그림자 (1)

그림자세상 2010. 7. 12. 12:04

   한달 동안 축구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새벽 시간을 설레임과 열광으로 채워주었던 열정의 축제가 끝났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전통 강호들의 초반 탈락,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최강 남미팀의 결승 라운드 부진, 개최 대륙인 아프리카팀들의 몰락, 대한민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팀의 선전 등이 두드러졌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스페인 무적함대의 황금기가 절정에 달했음을 입증했다.

  스페인 대표팀은 강했다. 그들은 정교하고 빈틈없는 운영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하드웨어에 놀라운 유연성과 대응력을 지닌 완벽한 개별 소프트웨어들이 장착된 운영시스팀과 같은 완벽한 팀워크를 통해 모든 팀들을 압도했다. 유기적 팀워크가 부족한 포르투칼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구사하던 선 굵은 축구에 세밀하면서도 화려한 기술 축구를 성공적으로 접목해 완벽하게 진화한 독일의 놀라운 변화도 그들 앞에서는 아직 시험을 완벽하게 끝내지 못한 운영체제처럼 비틀거렸다. 토탈사커의 전통은 유지하되 적게 먹고 적게 넣지만 이긴다는 오렌지군단의 실리적이고 거친 대응도 스페인팀의 완벽한 경기 지배력 앞에서는 거친 파울들을 남발하다 결국 무릎을 꿇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준 팀은 독일과 우루과이였다. 두 팀 간의 연속 두 번의 맞대결은 명승부였다. 우루과이는 포를란과 수아레즈를 통해 축구에서 결정력을 지닌 스타플레이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보다 인상적인 팀은 독일이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변화한 독일 축구는 놀라웠다. 독일의 전통적 팀 컬러인 강인한 체력에 기반한 투박하고 선굵은 축구에 세대교체를 통해 등장한 젊은 선수들의 세련되고 섬세한 개인기가 성공적으로 접목됨으로써 독일 축구는 이름답게 진화했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선전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으며 브라질 전에서 보인 북한팀의 경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월드컵 직전 일본의 초라한 평가전 성적은 그들이 본선에서 얻은 이런 예상 밖의 결과를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게 해주는 전술로 보일 정도였다. 덴마크 전은 일본 최고의 게임이었으며, 네델란드와도 주눅들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파라과이와의 16강 전에서 승부차기한 키커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을 벗어나 8강행이 좌절된 것은 우루과이 전에서 크로스바를 맞고 벗어난 박주영 선수의 프리킥이 그러했듯 아직 아시아의 축구가 10센티의 불운과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대한민국 팀의 경기는 16강에 진입했다는 실제 성과면에서도 그랬지만 경기력 면에서도 국외에서 벌어진 국가대표 팀의 경기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 전에서 보여준 우리팀의 경기력과 선수들의 즐기는 축구는 우리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마인드를 우리 축구에 접목해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한 순간의 흐름이 전체 경기의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게임이긴 했지만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경기였다. 우루과이 전은 정말 아쉬운 한판이었다. 역대 전적과 전력면에서는 열세였지만 이번 게임에서는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했던 경기였고 실제 게임도 그렇게 진행되었다. 경기 내내 우루과이 선수들은 경기 전 자신들의 예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경기 흐름에 당황한 듯 했고 우리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를 보는 내내 이길 것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결과는 정말 아쉬운 한판이었다. 이번 우리 걸음은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더 걸어갈 다음을 위해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충분히 가질 정도로 선수들은 잘해 주었다. 무엇보다 큰 기쁨은 우리 선수들에게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거기에 더해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 그 모습을 우리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큰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즐겁게 뛰는 선수들과 함께 웃고 환호하고 아쉬워하기도 하다가 또 다른 4년 뒤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4년마다 반복되는 기다림과 즐거움이 가져다 준 또 하나의 행복이었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는 월드컵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인 것은 맞다. 이번 월드컵과 아직도 생생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참가했었던 국가대표 선수들 가운데 몇몇을 생각하면 아주 오래 전 초등학교 때 읍내에서 벌어졌던 읍내 초등학교 대항 축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내 모습과 학교 정문 앞 플라타너스 나무, 광수, 하염없이 떨어지던 굵은 내 눈물, 지금도 생각하면 가끔은 가슴이 얼얼해질 정도지만 그때는 하늘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정도의 아픔, 잔디 깔린 푸른 운동장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