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and Writings/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10)

그림자세상 2010. 7. 1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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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하나하나가 고립된 온전한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각 순간을 나의 생애로부터 [분리시키는] 습관을 붙였다. 거기에 특수한 행복의 형태를 고스란히 집중시킬 수 있기 위하여서. 그러기 때문에 나는 가장 가까운 추억에도 현재의 나 자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던 것이다.

나타나엘이여, 그저 다음과 같이 긍정하기만 해도 거기에는 커다란 즐거움이 있느니라---종려나무의 열매는 야자라고 하는데, 참으로 맛이 좋다. 종려나무의 술은 라그미라고 불리며, 수액을 발효시켜 만든 것이다. 아라비아 인들은 그것에 취하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라르디의 아름다운정원에서 카빌의 목동이 나에게 준 것은 한 잔의 라그미였다.

*

오늘 아침 [샘터]로 가는 길가에서 산보를 하다가 이상스러운 버섯을 발견했다.

흰 막으로 둘러싸이고, 마치 황갈색의 목련 열매처럼 회색 빛깔의 정연한 무늬가 있었다. 그 무늬들은 속으로부터 나온 포자분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막을 터뜨려 보았더니 걸쭉한 것이 가득히 고여 있고 가운데는 말간 젤리처럼 되어 있었는데, 메스꺼운 냄새가 풍겼다. 그 둘레에 더 벌어진 버섯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들은 고목 밑동에 돋아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 편편한 해면질의 혹과 같았었다.

(나는 이 글을 튜니스로 떠나기 전에 썼다. 무엇이든지 주의하여 보게 되자, 그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중대한 존재가 되었던가. 그것을 그대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서 여기에 베껴 놓는다).

 

옹플뢰외르(가로에서)

 

이따금 다른 사람들은 오로지 나의 마음속에 개인적 생명감을 증대시켜 주기 위하여서만

내 주위에서 복작거리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느껴지곤 했었다.

어제도 이곳에 있었고 오늘도 여기에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상관인가.

그들은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한다.

어제도 이곳에 있었고 오늘도 여기에 있다고........

 

2x2는 여전히 4라고 스스로 되풀이 하는 것이 [어떤] 지복으로 나를 가득히 채워 주던 날들이 있었음을 나는 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나의]주먹을 보기만 하여도......그리고 그런 것이 나에게는 조금도 대수로운 것이 아닌 날들도 있었음을 나는 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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