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즐거운 책읽기^^*~

그림자세상 2010. 6. 5. 20:18

오르한 파묵의 신작이 나왔다.

아침에 서평란을 보고 알았다.

종로 반디앤루니스.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은

행복하다.

기다리던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다

만나는 설레임

못지 않다.

 

 

마찬가지로 

반가운 작가의 신작을

같은 곳에서 만났다.

오래전 그의 첫 작품을 만난 이후

그 어떤 작가보다 동일시하며

나를 보듯 읽었던 작품을 보여주던 작가, 신경숙.

 

이 작가의 조심스럽게 망설이는 듯한,

그러면서도 가슴속 싸한 이야기들을

한땀한땀 꼭 필요한 바느질로 엮어가듯 풀어내는

여린듯 하지만 섬세한 손길 눈길과 

깊디깊은 가슴 저 밑 깊은 속우물에서 길어 올린 것 같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이 풀어내는 웅숭한 독백에  

깊이 공감하며

오래전 집을 떠나며 깊은 우물 속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가슴에 가득했을 그의 아픔과 슬픔을

하나하나 그려보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 [깊은 슬픔] 이후로였던가,

한참 이 작가를 떠나있다가 [어머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어쩌면 이후의 작가들에게서는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그가 그리는 모녀, 그리고 어머니를 보았다.

   

반가운 마음으로 신경숙을 만난다.

 

그리고,

아주 자주 문득문득 옆에 두고 싶었던

그러나 또 그만큼 자주 잊었던, 

또 한권의 책을 행복한 마음으로 안았다.

 

사실 이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손에 잡고 보니

이 책이었다.

 

그런 것이다.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제목을 작가를 알고 사는 책도 있는 것이다. 

오르한 파묵 처럼, 김연수 처럼, 신경숙 처럼.

 

그러나 그저 이런 종류의 책을 보고싶다,

그런 마음으로 서점의 책들을 살피다가

그래, 이 책이야, 그렇게 만나는 책이 있다.

이 책, 그랬다.

 

물론 다른 몇 권의 책도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우선 이 책이면 좋을 것 같았다.

더러 내가 찍는 꽃과 풀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고

또 더러 잊지 않고 싶다.

그러고 싶다.

 

그저 마음에 담기는 꽃과 풀들을

사진에 담아 오면서 

꽃과 풀들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게 없었던 나의 무지에 늘

부끄러워 하면서도

그저 인터넷을 뒤지거나 그냥

무명인채로 남겨두었다. 

나의 무지와 무성의에 조의를...^^;;

 

너무 늦었지만

그만큼 기쁜 만남이다. 

 

어머님의 병환으로

마음이 무거운 요 며칠

아주 오랜만에

책으로 인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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