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ilylife

3월의 눈.....

그림자세상 2010. 3. 31. 20:08

그러니까, 이런 날도 있는게다....

3월도 중순이 지나 끄트머리로 가는 어느 날,

하늘이 가득하게 눈이 내리고,

그 눈 가득한 동산으로 걸음을 옮기며

무슨 욕심으로 그 많은 사진들을 폰카메라에 담아

어찌 하겠다고 예순 장이 넘는 사진을 찍고

무슨 바람이 불어 또 이리저리 눈 속에 우울한

얼굴들도 잔뜩 담으며 시간을 보내고....

그런 날도 있는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조금 여유 있는 저녁 시간 그 사진들

이리저리 돌리며 다듬기도 해서 어찌해 보겠다고

하나하나 다시 보면

3월의 눈의 가득함을 담은 것을

슬쩍 대견해해 보기도 하고

가운데 몇장 그래도 그 어느 한순간

내 마음인듯 하다고 혼자 헤프지 않은 웃음 깜빡 날리며

저장해두고 마음 뿌듯해 하다가

폰의 이동디스크에서 내장 메모리로 옮기면

이동디스크의 사진은 지워도 되는 줄 알고

평소 없는 부지런으로 그 사진들 한장 한장 선택해 삭제했더니

이동디스크의 사진도 내장 메모리의 사진도 한꺼번에 사라져

짧지 않은 시간의 바투잡던 마음의 노고가 휙 사라져 버리는,

그 사라진 사진 속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몇 모습과

혼자 슬쩍 웃음 띤 얼굴로 좋아하던 사진 전부 다 들어있었음을

확인하는 그런 날도 있는게다.....

 

그러고도 참 마음 이상하게 그 사진들 사라진 것에

예전처럼 아쉽지도, 마음 까탈스럽게 혼자 투덜거리지도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된 것인것 마냥

그래, 그런 것이었나보다,

마음에 눈에 그날 우산받쳐들고 눈 맞으며

좋아라 한참 그 동산을 헤매던 그 시간 고스란히

더 올곧이 마음에 눈에 몸에 담으라

그래, 그런 것이었나보다,

그렇게 마음 가는 그런 날도 있는게다.

 

떠난 어떤 것이라

세상에 하찮은 일 있으랴

세상에 아쉽지 않은 일 있으랴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일 있으랴

다시 오지 못해

다시 볼 수 없어

마음 내내 쓰라린 세상 모든 것 어디 없으랴

 

그러니

이런 날도 있는게다.

 

가만히 앉아 횡재한 노래노래노래 듣는다.

휙 날아가버린 사진들과 그 시간들을 주워담으려 애쓰지 않는다.

 

이런 날도 있는게니까....

 

또다른 부지런 떤 덕에 도망가지 않은 사진들 몇장으로

3월의 눈, 잡아 놓는다.

 

이런 날도 있는 게다, 하면서....

 

 

 

 

 

 

 

 

 

 

 

 

 

 

 

 

 

 

 

 

'사진 > dail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후, 덕성  (0) 2010.06.04
2010 봄, 겨울로 가는 상지....  (0) 2010.06.01
르네상스 프레스코 벽화전  (0) 2010.02.19
앤디 워홀 전  (0) 2010.02.19
오대산 셀카...^^*~  (0) 2010.02.19